역대 최장시간의 '먹통' 사태에 카카오가 고개를 숙였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는 직을 사임했다.
카카오는 19일 오전 11시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판교 사옥)에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남궁 대표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각자대표 자리에서 사퇴했다. 사퇴한 남궁 대표는 이번 사태 수습을 책임지는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를 맡고, 당분간 그의 빈 자리는 그대로 둔 채 카카오는 홍은택 각자대표 1인 체제로 운영키로 했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태를 끝까지 책임지고자 재난대책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일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IT산업 전반에 이런 일이 불거지지 않도록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며 "카카오의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항공규정은 피로 이뤄졌다는 말이 있듯, IT산업도 이 길을 갔으면 한다. 처절한 반성으로 사회에 공유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남궁 대표의 사퇴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복귀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홍 대표는 "창업자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사태 수습 역할 재난대책소위 맡아
"무료서비스 보상 사례 받고 판단"
동시에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확충 등 내용을 담은 재발방지책도 함께 발표했다. 보상을 위한 사례도 취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책임 소재를 논하기에 앞서 신속하게 복구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카카오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기존 데이터센터 인프라에도 투자해 전력 공급이 멈추더라도 재발하지 않는 근본대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번에 복구가 지연된 원인을 '개발자 주요 작업과 운영 도구의 이중화 공백'으로 꼽았다. 홍 대표는 "서버 배포 자동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서버를 일일이 수동으로 부팅하고 서비스를 배포해야 한다"며 "그런데 서버가 3만2천여개로 매우 많은 상황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개발자 도구 이중화는 판교 데이터센터의 운영이 안정화되는 대로 2개월 안에 갖추겠다"며 "이중 (전원) 선로 등을 도입하고 있는데, 완성되면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그래픽 참조
보상문제에 대해선 "멜론과 같은 유료 서비스 보상은 서비스별로 명확해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서도 무료서비스 보상에 대해선 "선례도 별로 없고 기준도 거의 없어서 사례를 받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화재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질문엔 "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서 가입한 화재보험은 없다"고 답했다.
자체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계획도 설명했다. 네이버가 빠르게 서비스를 복구할 수 있던 것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추진되고 있는데 내년 9월 완공 후 2024년 1월 개소한다.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추진 중인 두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는 2024년 1월 착공한다.
홍 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자 인력과 인프라 쪽에 투자할 예정"이라면서도 "얼마를 투입하겠다는 생각 없이 최선을 다해 대응 중"이라고 답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