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중독 등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연탄보일러로 겨울을 나는 '연탄 세대'가 여전히 존재하지만(10월19일자 7면 보도=[현장르포] 겨울이 온다… 쪽방촌은 쉴 겨를이 없다), 취약계층인 이들은 연료비 부담으로 연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형편이다.
20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연탄가구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내에서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가구는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017년 9천164곳, 2019년 7천453곳, 2021년 5천550곳으로 평균 22%씩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이 '22%' 중에는 한때 '탈연탄'을 했다가 도로 연탄보일러로 돌아가는 '연탄 복귀 가구'가 있다. 기름보일러로 교체했으나 연료비가 감당이 안 돼 다시 연탄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민간 봉사 단체에서는 가스중독이나 화재 위험을 우려해 지자체와 연계하여 취약계층을 위한 연탄보일러 교체 지원 사업을 하곤 한다.
기름보일러 '등유' 지원 단체 부족
한달 기준 연탄 보다 10만원 비싸
실제 수원시 평동의 김덕분(84)씨는 3년 전쯤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교체했으나, 그해 겨울이 끝나자마자 다시 창고에 연탄을 들여놨다. 김씨 외에도 연탄보일러로 바꾸거나 기름보일러와 연탄을 혼합해 사용하는 가구가 평동에만 2곳이 더 있다.
기초연금이나 정부 보조금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취약계층에게 기름보일러의 연료인 등유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에너지원이다. 값도 비쌀뿐더러 연탄과 달리 복지단체 지원이 많지 않아 에너지 바우처로 구입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한 달 기준으로 난방할 경우 등유는 최소 1드럼(200ℓ), 연탄은 240장이 필요하다. 현재 시세(등유 1ℓ 1천600원, 연탄 1장 800원)로 따진다면 등윳값은 30만원가량이, 연탄값은 20만원가량이 드는 상황이다. 기초연금 30만원을 가지고 기름보일러 난방비를 내면 '0'원이 된다.
물론 정부에서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지만, 금액은 1인 가구 기준 11만8천500원으로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김씨는 "30만원(기초연금)으로 생활비를 쓰기에도 부족하다. 이런데 바우처로는 기름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정부차원 에너지바우처 확대 절실
도내 한 복지기관의 사회복지사는 "등유와 달리 연탄은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연탄창고 같은 연계망이 잘 갖춰져 있다. 에너지바우처 금액이 부족해도 꾸준한 공급처가 있으니, 어르신들 입장에선 안심이 되는 거다"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 전문가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정책위원장은 "안전에 취약한 연탄보일러를 교체해준다는 취지는 좋으나, 추후 연료비 감당 문제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의 에너지바우처 지원으로 이런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물가를 감안해 바우처 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