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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수면제 남용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기질성 및 비기질성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동안 109만명으로, 5년 사이에 약 30%나 증가했다. 이중 60대는 22.8%, 70대는 16.9%, 80대 이상은 10.8%로, 고령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잠은 신체 회복, 에너지의 보존, 호르몬의 분비, 기억 저장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신체가 노화하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고, 각종 노인성 기저질환 등으로 인해 깊은 잠을 못 자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면장애 지난해 109만명 5년 사이 30% 증가
'고령자 절반 이상' 노인성 기저질환 등 원인


수면제의 종류는 크게 벤조디아제핀 계통과 비 벤조디아제핀 계통, 그리고 멜라토닌 계통이 있다. 간혹 수면 효과가 있는 항우울증 약물이나 항정신병약물도 환자의 증상에 따라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은 모두 GABA라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에 진정작용과 수면효과를 함께 가지고 있다.

비 벤조디아제핀 계통의 수면제는 선택적으로 GABA 수용체에 작용해 수면을 유발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비교적 덜하지만, 일시적인 기억장애 유발, 섬망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수면제는 의존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가능한 1개월 미만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수면제의 장기 사용이 치매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잠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 사용이 인지저하와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는 내용의 해외 연구 보고서들을 종합하면 벤조디아제핀을 장기간 사용하는 이들의 치매 발생은 1.5~2.4배 높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26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는 어떤 수면제든지 장기 복용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위험성이 1.7배 높아진다고 했다.

벤조디아제핀계열 장기간 복용 섬망 등 부작용
뇌 시냅스 가소성 하락·해마 새 기억 저장 방해


벤조디아제핀계통의 수면제들이 GABA라고 하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을 촉진해 수면을 유도하는데, 이 GABA 수용체가 해마 등 뇌조직에 많아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뇌의 시냅스 가소성이 떨어지고, 해마에서 새로운 기억이 저장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가천대 길병원 박기형 교수(신경과)는 "수면제가 치매를 일으키는지 인과관계를 단정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특히 고령일 경우 수면제를 장기간 사용하면 치매뿐 아니라 낙상, 운전사고 등의 위험이 커지고 감염과 호흡기 질환 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