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는 아직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화일약품 폭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27일이 지나도록 유족은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26일 고(故) 김신영(29)씨의 어머니 백경분(61)씨를 만났다. 백씨는 인터뷰 내내 아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22분께 화성 향남읍 화일약품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화재로 숨졌다. 계약직 노동자였던 김씨는 입사 두 달 만에 변을 당했다.
사고 원인 불명확… 수사 답보
공장 화재로 숨진 故 김신영씨
"신영이가 제 방에 와서 저를 꼭 껴안으면서 하던 말이 생각나요. 조금만 더 기다리시라고, 그럼 엄마가 원하는 대로 결혼하고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백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 백씨는 아직까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명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관계자 입건 등 수사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씨가 홀로 작업 중이던 공장 지상 3층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었다. 이런 탓에 동료들의 증언이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는데, 사측에서 접촉을 제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사고 발생 당시 사측에서 비상 대피 명령을 휴대전화로 전했다는데, 이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족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사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백씨는 "아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차디찬 냉장고에 둬야 하는 사실이 원통하고 비참하다"며 "회사 관계자들은 신영이에게 와서 사과해야 한다. 다시는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인 장례도 못 치러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한다더니…"
말 잇지 못하고 눈시울만 붉혀
한편,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안전관리자 4명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현장에서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상 3층에 있던 반응기에서 아세톤이 유출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반응기에 연결된 배관 등 물품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각각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