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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차에서 내린 A씨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0.28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와 두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40대 남성이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출석했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 남성은 "제가 잘못한 거 맞다"고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8년 만에 기억을 찾았다"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남겼다.

이날 오전 10시께 호송차에서 내린 A(45)씨는 옷에 달린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채 법정으로 향했다. A씨는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가 잘못한 거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가정 내 어떤 불화가 있었던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8년 전에 기억을 잃었고, 이번에 코로나에 걸려서 기억이 났다. 약 한 달정도, 정확히 20일 되는 것 같은데, 8년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했다"며 "제 어머니는 버려졌고, 저는 ATM 기계처럼 일만 시키고 조금씩 울화가 쳐서(치밀어서) 그런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건 2~3일 전부터"라고 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5일 오후 7시50분께 광명시 소하동 자택에서 초·중등생 아들을 부엌칼 등 흉기로 살해한 뒤, 곧이어 집에 들어온 아내(40대)도 같은 수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집 바깥으로 나간 A씨는 범행 도구와 당시 착용했던 옷가지를 아파트 인근 수풀에 버린 뒤, PC방에 가 2~3시간가량 시간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오후 11시30분께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외출 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와 아이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다"며 직접 119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재흥·유혜연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