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전 9시께 전날 핼러윈 축제 당시 압사 사고가 벌어졌던 서울시 이태원동 현장 앞에서 인근 주민과 상인, 축제 참석자 등이 눈물을 훔치고 혀끝을 찼다.
이들은 사고 현장인 길이 40여m, 폭 4m에 좁은 내리막길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런 비극이 벌어졌는지 묻고, 울었다. 일대 곳곳엔 축제 쓰레기 더미 옆에 사상자들의 혈흔이 남아 있어 전날의 비극을 짐작하게 했다.
축제 참석자로 참사 현장을 목격한 배모(32)씨는 "도로에 인파가 하도 많아서 구급차가 들어오지 못해 구조도 늦었다. 시체가 널브러진 광경이 너무도 잔인해서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호소했으며, 인근 주민 김모(60대)씨는 "평소 지나다니던 길목에서 이런 압사 사고가 벌어지다니 도대체 믿기지가 않는다"고 토로했다.
카페·술집·옷가게 등 영업 중단
일부는 아침까지 축제 분위기도
사고 현장과 가까운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와 해밀톤 호텔 인근 카페와 술집, 옷 가게 등은 애도를 표하며 영업을 중단하거나 휴점했다. 반면, 거리가 있는 맞은편 상인들 몇몇은 셔터를 올리고 장사 준비에 바빴다.
남편과 같이 옷 가게를 운영하는 일본인 A(50대)씨는 "오전에 예약 손님이 있어서 그분만 응대하고 오늘은 장사하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발길이 끊겨 장사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께는 시민 추모객의 발길도 이어졌다. 동작구에 거주하는 김민영(29)씨는 국화꽃 한 다발을 들고 현장을 찾았다.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사고 현장 앞에 꽃을 두진 못했지만, 현장 뒷골목에 국화꽃을 두고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김씨는 "가족이나 지인이 사고를 당하진 않았다. 새벽에 소식을 듣자마자 너무 비극적인 사고라 무조건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편, 사고 이후에도 축제 분위기는 여전했다. 사고 현장 맞은편 음식점엔 축제 분장과 코스튬 차림의 청년들 10여명이 아침까지 술을 마시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날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평택시에서 온 박모(27)씨는 "축제를 즐기려고 아침 일찍 왔다. 사고 소식을 알긴 했는데 현장을 보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