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앞둔 주말,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150명 이상이 압사하는 대규모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는 비좁은 골목에 빽빽이 들어찬 사람들이 인파에 떠밀려 넘어지며 발생했다.
30일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께 일어난 '핼러윈 비극'으로 이날 오후 5시 기준 153명이 숨지는 등 모두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성별은 여성이 97명, 남성이 56명으로, 대부분 2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오후 5시까지 확인한 사망자 중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은 각각 18명과 5명이다. 부상자 133명 가운데 37명이 중상으로,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내 18명 파악… 추가 가능성도
사고 당일 밤 이태원동 일대는 핼러윈을 맞아 주말을 즐기려는 인파로 붐볐다. 10만명 가량의 인파가 이날 밤 이태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해밀톤호텔 옆쪽 골목이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다.
당시 심야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1번 출구를 통해 나와 골목 쪽으로 진입했고 이후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골목의 경사로에 순간적으로 많은 사람이 몰리며 앞쪽에 있던 사람이 넘어졌고 이후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진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 있었던 A씨는 "경사로에서 사람이 넘어지기 시작해 5~6겹으로 쌓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아래부터 사람을 빼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서 오랫동안 그 상태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상태로 사람에 깔려 있던 사람들이 코에서 피를 흘리고 정신을 잃었고 결국 많은 사망자로 이어지게 됐다.
소방은 당일 오후 10시 24분께 최초 신고를 받은 뒤 곧장 현장에 출동했고 오후 10시 43분 대응 1단계, 오후 11시 23분 대응 2단계, 오후 11시 50분 대응 3단계로 대응체계를 상향하며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인력까지 동원해 신속히 구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사고 당시 이태원 일대에 사람이 워낙 많이 몰린 데다 수 백 명이 동시에 피해를 입어 효과적인 구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심정지 환자들에게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대원들의 구조활동을 돕기도 했다.
김동연 "안타까운 마음 금치 못해"
한편 경기도는 이날 오병권 행정1부지사 주재로 긴급 대응회의를 열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 사고수습 조치에 돌입했다.
앞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소방재난본부를 찾아 경기도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생각지도 못한 사고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회복과 사고자 안치 등 지원 ▲중앙대책본부와 긴밀히 협력 ▲행사·축제 사전에 철저히 예방 등을 지시했다.
이에 도는 인력 98명, 차량 49대를 사고 현장에 급파해 현장활동 지원을 벌였으며 부상자 70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 관련기사 2·4·14면([이태원 핼러윈 참사] 폭 4m 내리막길에 몰린 인파… 대열 넘어지면서 비극 시작)
/신지영·배재흥·신현정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