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권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예산국회는 정쟁으로 얼룩지고 여야 대치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 이후 여야의 지루한 공방이 혼란스럽다. 서해공무원피격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의 기자회견 내용과 여권의 주장은 정반대다.

광화문 앞 세종대로는 마치 대선 연장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이른바 촛불 대 태극기의 대치가 살벌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촛불은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초 박근혜 탄핵과정에서 국민주권주의의 강력하고도 실질적 기표로 작동했다. 그러나 2019년 '조국 사태' 때 조국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촛불을 앞세웠지만 이미 이전의 촛불과는 달랐다. 진보를 가장한 진영을 배경으로 드리우면서 순수성은 사라졌다.

태극기 역시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진영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이들은 상대 진영을 제압하고자 운동권, 주사파, 좌파 등의 이념적 굴레와 과격한 구호를 동원했다.

광장의 촛불과 태극기는 다수 시민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 극단의 저주와 혐오로 정치 실종을 부추기는 반지성의 현장일 뿐이다. 합리적 토론은 실종되고 정치는 이에 편승하여 지지층을 결집하려 시도하고 프레임 전환을 꾀할 뿐이다. '윤석열 퇴진'과 '문재인·이재명 구속'. 진보와 보수로 포장된 양극단 세력이 외치는 구호는 정치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다. 야당 일부 의원은 집회 현장에 참석하여 '윤석열 탄핵'을 선동한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행태를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진영내에서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반정치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과거 정권때 밝히지 못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정의와 공정, 상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수사는 필요하지만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면 안 된다. 그러나 아직 검찰의 수사가 불공정하다고 볼 단계는 아니다. 야당은 검찰수사를 정치보복과 야당탄압의 프레임으로만 몰아가서는 안 된다. 여야 정당은 수사와 관련한 공방을 자제하고 예산과 민생입법에 전념해야 한다. 지금의 대치가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는 상상 이상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