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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수원 성빈센트병원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빈소. 2022.10.3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너무도 이르게 핀 국화꽃 앞에서 부모들은 오열하고, 탄식하고, 실성했다. 지난 29일 벌어진 '이태원 압사 사고'로 경기도민 사망자가 38명 발생한 가운데, 도내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31일 오후 수원연화장 장례식장에는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김모(30)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김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홀로 돌아오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공간을 확보해주느라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게 친구들의 설명이다.

직접 상주 완장을 차고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김씨의 친구 정용(29)씨는 "이태원에 같이 갔던 다른 친구들이 OO이가 죽었다고 했을 때 장난이겠거니 했다. 이태원에 갔던 10만명 중에 100여명, 그 중에 내 친구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안부도 먼저 물어오고, 내년에 결혼하는 친구의 혼수를 마련해주겠다고 할 정도로 김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섬세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김씨의 어머니도 "집에서는 무뚝뚝할 때가 많지만 때론 친구처럼, 때론 남편처럼 정말 든든한 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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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이날 오전 9시30분께부터 수원연화장 1층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 헌화대. 2022.10.3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김씨의 발인이 진행될 내일(1일)은 원래 그의 어머니가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려던 날이었다. 그간 옆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던 아들이 먼저 떠나자 어머니는 허망해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처음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던 지난 9월을 회상하며 아들과의 마지막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제 곧 사진을 찾으러 가야 한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수원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도 아버지를 두고 먼저 하늘로 떠난 외아들(30)의 이름을 연신 외치며 허탈해했다. 사고 당일 '압사'라는 소식을 접한 A씨는 아들을 찾아 직접 택시를 타고 수원에서 이태원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그는 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평소 전화도 자주하고, 가끔은 여자친구 이야기도 털어놓고, 때로는 다투기도 할 만큼 절친한 친구 같았던 아들이기에 A씨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그는 "나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아들, 나한테는 하나뿐인 아들이었다"며 소리 내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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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수원연화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모씨의 빈소. 2022.10.3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도시 한복판에서 150여 명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압사하는 비극적인 사태에 유족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김씨의 어머니는 "그 조그마한 골목에서 사람들이 압사당하는 걸 TV로 봤다. 어떻게 후진국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라며 탄식했다. A씨도 "사고 소식을 처음 듣고 포털에 '압사'를 먼저 검색해봤다. 폭이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150명 죽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해 유족과 지인들이 겪은 충격을 두고 전문가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우려했다. 전덕인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족들이 실시간으로 이태원 현장을 본 건 아니지만 상실로 인한 충격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며 "국가 트라우마센터 등을 통해 정신과 상담과 진료를 초기부터 도와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혜연·김동한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