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끊기고…속 터져서 안 쓰고 말죠.
공공와이파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내년도 공공와이파이 관련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 특히 노후 설비 교체 예산이 모두 삭감돼 와이파이의 질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지난 1일 오전 의왕역에서 와이파이를 켜자 곧 휴대폰 화면 위로 연결 신호가 떴다. 그러나 역에서 나와 100m 정도 걷자 신호가 점점 약해졌고 150m 거리에서 신호가 완전히 끊겼다.
지자체·정부, 각각 유지·관리 책임
과기부 요청 예산 반토막 '128억'
서비스 하락·시민 불편 우려 커져
신모(21)씨는 "공공와이파이는 신호가 한두 칸 잡히고 메시지도 잘 보내지지 않아 밖에서는 무조건 데이터를 쓴다"며 "데이터 무제한이 아닌 친구들은 와이파이를 쓰느니 차라리 데이터를 아껴 쓴다"고 말했다. 의왕역 와이파이는 지난 2014년에 설치됐다. 내용연수(6년)가 지난 노후화된 장비지만 아직 교체되지 않았다. 과기부 요청 예산 반토막 '128억'
서비스 하락·시민 불편 우려 커져
이날 오후 찾은 수원 광교호수공원.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와이파이 신호조차 뜨지 않았다. 와이파이 안내가 붙은 전봇대 옆에서 잠시 연결됐지만, 전봇대로부터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곧 신호가 끊겼다.
김모(36)씨는 "광교호수공원에 자주 오는데 공공와이파이가 있는 것을 잘 몰랐다"며 "안내판이 없으면 와이파이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와이파이는 지자체가 설치한 와이파이, 정부에서 설치한 와이파이로 나뉜다. 설치 주체가 유지·관리까지 모두 책임져야 해 예산이 부족하면 설치나 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점검을 통해 성능이 떨어지는 와이파이를 교체하고 있다"며 "하지만 와이파이 개소 수가 많아지다 보면 교체하는 것이 지자체엔 부담"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내년도 공공와이파이 예산이 대폭 축소돼, 노후기기 교체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도 공공장소 공공 와이파이 구축 및 설치 예산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공공 와이파이 예산은 128억2천100만원으로, 애초 과기부가 요청한 금액(292억2천100만원)보다 164억원(56.12%)이 감액됐다. 올해 예산의 3분의 1 수준이다.
과기부가 계획한 공공 와이파이 구축은 5천개소에서 4천400개소로 줄고, 노후 무선공유기 8천개 교체도 전면 취소됐다. 지자체 와이파이는 물론 정부주도 와이파이의 질마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2012년부터 와이파이를 구축하다 보니 노후화된 기기가 있어 선제적으로 관리해보려 예산안을 냈었다"며 "당장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아닌 데다 지금 재정이 어렵다 보니 예산이 삭감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