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 개편에 나선다. 보급 우선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건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도 30%대에서 21%대로 줄이면서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 제도는 폐지를 검토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제1회 신재생에너지 정책 심의회'를 열고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급속한 보급에만 치중하면서 계통부담 가중·주민수용성 악화와 같은 부작용을 야기했던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전체적인 틀은 ▲합리적·실현가능한 수준 ▲비용효율 ▲계통기반 ▲주민수용성기반 ▲국내 산업 발전 등 재생에너지 5대 정책 방향과 16개 과제로 구성했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21.6%로 재설정한다. 2036년에 30% 초반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30%)보다 8.4%p(포인트) 낮춘 수치다. 연평균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증설 목표는 5GW(기가와트) 수준으로 추진할 예정인데, 이는 연말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된다. 또 태양광·풍력 발전량 비율을 2021년 기준 87대 13에서 2030년 60대 40으로 맞춰 균형있는 보급을 추진한다. 해상풍력의 경우, 풍황계측기 허가요건이나 사업허가 관리를 강화하면서도 계획입지 개발방식을 도입해 난개발을 막는다는 방침도 세웠다.

내년부터 RPS 의무 비율도 하향 조정한다. RPS란 500MW(메가와트)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한 제도다. 발전사가 달성못하면 그 비율만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한다. RPS는 이행수단이 많은데, 정산구조가 복잡해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힘들다는 점, 비용절감 유인이 낮다는 점, 비교적 쉬운 태양광이나 바이오로 쏠린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부각됐다. 이에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현 RPS 제도를 종료한 뒤 경매제도 전환도 함께 고려 중이다.

동시에 기업의 RE100 이행 지원을 위해 11월 기준 25개인 국내 가입 기업을 중심으로 연합체(Alliance)를 구축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세액공제, 금리·보험 우대,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정, 에너지 이용 효율 개선 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할 방침이다.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정부는 3천억~5천억원 규모의 RE100펀드를 조성해 RE100용 발전사업을 위한 금융 지원을 실시하면서 RE100 산업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보급 방식은 비용효율적이면서 주민친화적으로 개선한다. 공급인증서(REC) 가중치·입찰 제도 등을 개선해 중대형 경제성을 개선하는 한편, 한국형 FIT(소규모 태양광 고정가격계약)도 전면 재검토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한 정부 지원의 부정·불법 수급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 실태조사도 진행한다.

아울러 주민참여사업을 개편해 인접 주민들의 수익을 우대하면서 주민수용성을 제고할 가이드라인도 연말까지 제정한다. 농어촌공사 저수지나 용·배수로나 수자원공사의 댐지역,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잔여지와 같은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해 주민반발도 최소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계통 부담을 최소화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연결이 지연되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계획 입지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발전 사업 허가시 계통 상황에 대한 심사 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텐덤 셀 등 차세대 기술의 세계최초 상용화를 추진하고, 탄소검증제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산업 육성과 연계한 정책 마련에도 나선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는 원전과 함께 탄소중립의 주요 에너지원인 만큼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보급중심에서 개편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는 2023년 개정 예정인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