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섬 지역에 설치된 일부 해수담수화 시설이 낡거나 고비용 탓에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섬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가뭄 등 기후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해수담수화 시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3일 인천 남동구 인천YWCA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섬 지역 안정적인 물 관리 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는 올해 9월부터 10월 사이 인천시와 환경단체, 주민 등이 섬 지역 해수담수화 시설을 찾아 유지·관리 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논의했다. 인천시는 섬 지역 가뭄으로 지하수가 부족하거나 지하수에 해수가 유입돼 수돗물로 쓰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되자 해수담수화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가뭄으로 지하수 고갈·해수 유입
수돗물로 쓰지 못하는 사례 속출
이번 모니터링은 해수담수화 시설이 설치된 6개 섬 가운데 대연평도, 소연평도, 소이작도, 소무의도 등 4개 섬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중 소연평도 해수담수화 시설은 바닷물을 정수하기 위해 끌어올릴 때 갯벌 진흙이 많아 여과기 고장이 잦고 식수로 사용하기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이와 함께 외부에 설치된 수도관이 겨울철 빈번하게 얼어 동파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대연평도는 모니터링 당시 해수담수화 운영 비용 문제로 주민들이 정화한 물을 쓰지 않고 있다. 해수담수화 시설 유지를 위한 가동만 했을 뿐이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미 많은 섬에서 지하수 염도가 증가하는 등 물 부족이 문제 되는 상황인데, 물 이용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해수담수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주민들은 해수담수화 운영에 많은 전기가 사용돼 비용 부담을 토로하는 만큼, 이를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 해수담수화가 활성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외부 수도관 겨울철 동파위험 커
市, 이용요금 낮게 책정 방안 검토
인천시는 기존보다 더 많은 주민이 해수담수화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 요금을 인천 상수도 요금과 비슷하거나 더 낮게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까지 요금을 확정하기 위해 주민, 옹진군과 협의하는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또 인천시는 노후화한 해수담수화 시설 부품 교체 등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담수 사용 시 인천 내륙 상수도보다 더 낮춘 요금을 적용해서 주민의 이용률을 높이려고 한다"며 "2024년까지 덕적면 백아도와 지도, 울도 일대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해 더 많은 섬 주민이 담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