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산(61)씨는 화성 화일약품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아들의 빈소를 38일째 떠나지 못했다. 지난 9월30일 화성 향남읍의 한 장례식장에는 고(故) 김신영(29)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고 당일 퇴근을 앞둔 김씨는 '폭발로 인해 아들이 심정지 상태가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순간 날벼락을 맞은 듯했다고 한다.
한 달 넘도록 사고 원인조차 몰라
"근무시간 폭발사고 100% 회사 과실
책임자 내게 사과했지만 아들에 해야"
가족들, 방지책 마련·추모비 건립 바라
이날 화일약품 공장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신영씨는 계약직 노동자로 입사 2개월 만에 변을 당했다. 김씨는 "전화를 받고 속으로는 아들이 이미 숨졌구나 생각했다. 포천에서부터 3시간을 운전해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고 있다. 현재는 한 달이 넘도록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36일째인 지난 4일 신영씨의 빈소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의 가족은 생업도 포기한 채 신영씨 곁을 지키고 있다. 영정 사진 아래 국화꽃 일부는 빈소가 차려진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보여주는 듯 힘없이 픽픽 스러져 있었다.
김씨는 "근무 시간 중 일어난 폭발 사고는 100% 회사 과실이다. 사측에서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고 하는데 어떠한 법적 대응에도 당당히 맞설 것이다"고 했다. 그는 "사장 등 책임자 3명이 사고 당일 장례식장에 와서 무릎을 꿇었는데 제가 아니라 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한다"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화성 제약 단지 입구에 추모비를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근무시간 폭발사고 100% 회사 과실
책임자 내게 사과했지만 아들에 해야"
가족들, 방지책 마련·추모비 건립 바라
이날 화일약품 공장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신영씨는 계약직 노동자로 입사 2개월 만에 변을 당했다. 김씨는 "전화를 받고 속으로는 아들이 이미 숨졌구나 생각했다. 포천에서부터 3시간을 운전해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고 있다. 현재는 한 달이 넘도록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36일째인 지난 4일 신영씨의 빈소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의 가족은 생업도 포기한 채 신영씨 곁을 지키고 있다. 영정 사진 아래 국화꽃 일부는 빈소가 차려진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보여주는 듯 힘없이 픽픽 스러져 있었다.
김씨는 "근무 시간 중 일어난 폭발 사고는 100% 회사 과실이다. 사측에서 대형 로펌을 선임했다고 하는데 어떠한 법적 대응에도 당당히 맞설 것이다"고 했다. 그는 "사장 등 책임자 3명이 사고 당일 장례식장에 와서 무릎을 꿇었는데 제가 아니라 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면 한다"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화성 제약 단지 입구에 추모비를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아들이 가끔 수줍어하거든요.
집에 가면 일부러 장난도 치고 그랬는데…
집에 가면 일부러 장난도 치고 그랬는데…
김씨는 신영씨를 떠올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김씨와 신영씨 모두 자택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했던 탓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는 일주일 중 주말, 딱 한 번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회사로 향했던 신영씨는 며칠 뒤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품에 돌아왔다.
김씨는 "아들 얼굴을 봤는데 만신창이가 됐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산소 결핍으로 인해 질식사했고 그대로 3층 작업장에서 1층으로 떨어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앳된 모습을 한 아들의 영정 사진을 허망한 듯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들이 가끔 수줍어하거든요. 그래서 집에 가면 일부러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는데... 부모로서 못해 준 게 많아서 미안해요. 엄연히 아들은 저희보다 먼저 갔고 억울한 심경이죠." 덤덤하던 김씨는 끝내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곁에 머물던 신영씨의 형 김신협(30)씨도 동생에게 못다 한 말을 전했다. "모든 일에 책임감이 있고 필요한 말만 하는 동생이었어요. 저보다 더 형 같던, 남들에게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동생이었는데, 좋은 친구를 잃은 거죠. 동생을 위해서라도 일부러 버티고 있는 겁니다."
빈소 한편에는 화일약품 중대재해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남긴 메모가 빼곡했다.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하겠다'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메모가 붙은 게시판을 지나면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에 동참한 시민단체 이름이 걸린 현수막이 걸려있다.
회사 내 노동조합이 없던 탓에 이 사고를 접한 지역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책위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순번을 정해 이곳 빈소를 찾고 있다.
김씨는 "아들 얼굴을 봤는데 만신창이가 됐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산소 결핍으로 인해 질식사했고 그대로 3층 작업장에서 1층으로 떨어졌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앳된 모습을 한 아들의 영정 사진을 허망한 듯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아들이 가끔 수줍어하거든요. 그래서 집에 가면 일부러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는데... 부모로서 못해 준 게 많아서 미안해요. 엄연히 아들은 저희보다 먼저 갔고 억울한 심경이죠." 덤덤하던 김씨는 끝내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곁에 머물던 신영씨의 형 김신협(30)씨도 동생에게 못다 한 말을 전했다. "모든 일에 책임감이 있고 필요한 말만 하는 동생이었어요. 저보다 더 형 같던, 남들에게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동생이었는데, 좋은 친구를 잃은 거죠. 동생을 위해서라도 일부러 버티고 있는 겁니다."
빈소 한편에는 화일약품 중대재해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남긴 메모가 빼곡했다.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하겠다'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메모가 붙은 게시판을 지나면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에 동참한 시민단체 이름이 걸린 현수막이 걸려있다.
회사 내 노동조합이 없던 탓에 이 사고를 접한 지역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책위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순번을 정해 이곳 빈소를 찾고 있다.
노조 없던 탓에 시민단체 대책위 구성
"가스누출 비상벨 4층만 울렸단 말도"
회사측 "재발대책 논의 이른 단계"
유족측 중처법 위반 등 고소 계획
이날 만난 정경희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화일약품 사고는 원인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SPL과 안성 물류창고 등 이슈화된 사고가 많아 고용노동부에서도 그 사안부터 수습하는 듯 하다. 그래서 화일약품 수사가 더디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얼마 전 회사 관리자를 만났는데 가스누출 감지기 비상벨이 4층에서만 울렸다고 한다"며 "사고가 난 해당 작업에 대한 안전작업 허가서가 없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화일약품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 해 시행토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일약품 관계자는 "비상벨이 4층에만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리가 커 사고가 발생한 3층에서도 충분히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며 안전작업 허가서 등은 모두 갖추고 있다.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유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피해 보상 등은 충분히 하려 한다"고 답했다.
유족측 중처법 위반 등 고소 계획
이날 만난 정경희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화일약품 사고는 원인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SPL과 안성 물류창고 등 이슈화된 사고가 많아 고용노동부에서도 그 사안부터 수습하는 듯 하다. 그래서 화일약품 수사가 더디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얼마 전 회사 관리자를 만났는데 가스누출 감지기 비상벨이 4층에서만 울렸다고 한다"며 "사고가 난 해당 작업에 대한 안전작업 허가서가 없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화일약품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 해 시행토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일약품 관계자는 "비상벨이 4층에만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리가 커 사고가 발생한 3층에서도 충분히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며 안전작업 허가서 등은 모두 갖추고 있다.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유가족과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피해 보상 등은 충분히 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