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라진다는 지적(9월1일자 12면 보도)에 정부가 민간 모펀드를 통해 벤처 기업에 투자해도 기업의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개인 투자자 역시 출자 금액의 1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 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벤처 기업에 투자할 경우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게 발표 내용의 핵심이다.
정부, 비상경제장관회의서 '대책'
투자시 세액공제 등 혜택 주기로
모펀드 운용사 '부가가치세 면제'
우선 내국 법인이 민간 모펀드를 통해 벤처 기업에 투자할 경우 해당 투자 금액의 5%까지 세액 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지금은 내국 법인이 벤처 기업에 직접 출자하거나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을 통해 간접 출자할 때만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데, 앞으로는 민간 자금을 모아 벤처 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 모펀드를 통해 투자할 때도 비슷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민간 모펀드는 출자 금액의 60% 이상을 의무적으로 벤처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실제 투자금이 더 크면 투자금을 기준으로 세금을 감면해 준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이 상생협력기금 출연을 통해 민간 모펀드에 투자할 때도 출연 금액의 10%를 세금에서 감면해주기로 했다.
개인 투자자 역시 모펀드에 출자할 경우 금액의 1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개인이나 민간 모펀드 운용사가 모펀드 출자를 통해 취득한 벤처 기업 주식 지분을 처분할 때는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민간 모펀드에 투자한 개인은 10% 소득 공제와 함께 양도세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모펀드 운용사의 자산 관리 및 운용 서비스에 대해선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같이 민간 주도의 벤처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결정한 것은 벤처 투자가 줄어들면서 다수의 창업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실제로 벤처 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의 경우 올 7월 기준 벤처 기업 수가 1만1천245곳으로 전년 동월(1만1천771곳) 대비 500곳 넘게 줄어들었다. 2018년 이후 경기도 벤처 기업 수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경기도 벤처 '2018년후 올 첫 감소'
지난해 벤처기업 확인제도가 바뀌면서 기존과는 통계 집계가 달라진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경기도에서 적지 않은 벤처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떠난 것으로 보인다. 원인 중 하나로는 기업들이 창업 초기에 발돋움에 필요한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에 따르면 제품·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고 개발 단계인 '창업기'에 놓인 도내 벤처 기업은 2.4%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는데, 이는 곧 제품·서비스를 출시한 '초기성장기'로 넘어가지 못한 채 준비단계에만 머무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지난해(2021년) 기준 경기도 소재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1조3천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쳐, 신규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 중 도내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 불과했다.
정부의 이번 벤처 기업 투자 활성화가 위기에 처한 경기도 벤처 기업들에 활력이 될지 주목된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