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대통령은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죄했다. "아들 딸을 잃은 부모의 심경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종교계 추모의식에도 참석해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태원 참사는 붕괴된 경찰의 치안 시스템, 고장난 지자체의 행정 시스템이 빚어낸 인재이다. 국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한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사고이다. 대국민 사과는 문제해결의 첫발일 뿐이다. 대통령은 사태 수습의 수순을 진상 규명 후 문책 인사로 잡은 듯하다.

그러나 국민 감정을 생각하면 문책 인사를 선행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국민들은 참사 현장을 방치했거나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고위 공직자들이 현역에서 사태 수습을 주도하는 장면에 상처받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서울경찰청 상황실 당직 총경, 전 용산경찰서장, 용산소방서장, 용산구청장 등 6명을 참사 관련 피의자로 입건했다. 반면에 조직 붕괴의 최종 책임자인 경찰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현직으로 국회에 출석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책임 회피 발언을 했던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함께 출석해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외신기자 회견에서 맥락 없는 농담으로 구설에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는 참사 수습 과정에서 뚜렷한 역할이 안 보인다.

국민 눈 밖에 난 인사들이 사고 수습의 전면에서 어른거리니, 대통령의 사과는 빛이 바래고 진상규명 의지는 의심받는다. 또한 이들의 현직 체류는 야당에게 정치 공세의 명분을 제공해, 제도 개혁을 위한 여야 협력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했다. 작동해야 할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명백한 잘못이 밝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태 수습 순서도 대통령의 상식이 아니라 국민의 뜻과 감정에 맞추어야 한다.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의 크기에 상응하는 문책 인사를 단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