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8일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에 이민주 전 도지사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임명했다. 7월 1일 취임 이후 임명한 첫 산하기관장이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9월 내정됐지만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이해 충돌과 전문성 결여를 지적하며 김 지사에게 인선 재고를 권고했던 인물이다. 재단 수익사업에 응찰한 스포츠마케팅 업체에서 부사장을 지낸 이 사무총장의 경력을 문제 삼았다.

김 지사가 도의회 여야의 반대에도 임명을 단행한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 현재 경기도 산하기관 27개 중 12개 기관장이 공석 중이다. 도정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과 최대 산하기관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비롯해 경기관광공사, 경기복지재단, 경기교통공사, 경기아트센터, 킨텍스 등이다. 도는 이 중 7개 기관 내정자들을 확정했다.

하지만 여야 동수 도의회의 국민의힘이 제안한 인사청문 기관 확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임명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여야정 갈등으로 추경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여야정협의체 구성과 인사청문제도 개편도 함께 날아간 탓이다. 결국 김 지사는 이 사무총장 임명으로 도의회에 산하기관장 공백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인사청문 확대를 주장하며 기관장 내정에 비협조적인 국민의힘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인사청문 확대 주장의 배경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재명 도지사 때 지사 측근인 유동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은신했고, 이헌욱 GH 사장은 선거캠프 운영 의혹을 받았다. 평화부지사 이화영은 킨텍스 대표가 됐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산하기관마다 이 지사의 성남 인맥들이 북적였고, 이들만을 위해 신설된 산하기관이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도의회가 기관장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자고 나서는 것은 의회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래도 산하기관장의 장기 공백은 도정 차질을 부르고 도민 피해를 초래할 중대한 사태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도의회 국민의힘이 도민을 위한 도정 정상화를 위해 산하기관 정상화에 대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김 지사 또한 전임 지사 시절 산하기관장들의 해괴망측한 행태를 고려해 인사청문 확대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결단을 단행해야 한다. 내정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에 자신 있다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