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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왼쪽)·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조형호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1만4천688명 분석
남성, 체질량계수 높을수록 생존율 비례해 증가
반면 여성은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지 않아
연구 결과 SCI(E)급 국제학술지에 게재


질병으로 규정된 비만이 오히려 사망 위험을 낮추고 기대수명을 늘려준다는 이른바 '비만 패러독스(Obesity Paradox)'는 의학계의 대표적인 역설로 꼽힌다.

이 용어가 서양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특히 암 분야에서 체중이 높을수록 생존에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지속적으로 밝혀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아 가설에 그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위암 분야에서 비만 패러독스를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봐야 할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9일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제1저자: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조형호 교수)이 비만 정도에 따른 위암 생존율의 변화와 병태생리학적 양상이 남녀에서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0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으로 진단된 1만4천688명의 생존율과 연령, 성별, 체질량계수(BMI) 등의 인자 간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저체중 환자군의 생존율이 가장 낮은 것은 동일했지만 남성이 '극도 비만' 그룹으로 갈수록 예후가 점점 더 좋아진 반면 여성은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남성의 경우 분문부(위와 식도의 경계부위) 위암의 발병률이 저체중에서 비만으로 이동할수록 점점 감소하다가 극도 비만(BMI 30㎏/㎡이상) 그룹에서 반등하는 U자형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여성에서는 이러한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남성과는 다르게 체질량계수가 증가할수록 미만형 위암(작은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어 넓게 자라는 위암)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특징이 있었다. 미만형 위암은 진행이 빠르고 치료가 어려워 가장 위험한 위암 형태로 분류된다.

이는 '비만 패러독스'가 남녀에 따라 다른 정도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함과 동시에, 비만도가 암 생존율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 자체도 남녀 간 차이가 있음을 시사해 의미가 깊다는 게 분당서울대병원 측의 설명이다.

연구 결과는 최근 SCI(E)급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에 게재됐다.

김나영 교수는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물론, 수술 여부, 암 병기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누어 분석했을 때도 남성에서 체질량계수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비례해서 증가하는 반면 여성은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성별에 따른 위암 예후 및 양상의 차이를 보다 깊이 연구한다면 '비만 패러독스'의 정확한 원리를 밝히고 위암 치료법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