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발로 인해 20대 노동자가 숨진 화일약품(11월7일자 7면 보도=보내주지 못한 아들과 38일째… 화일약품 유가족 "사고원인도 모른다")이 사고 발생 이전에도 안전 관리에 소홀해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 안전 관리에 소홀했던 사측의 안이한 대처가 결국 이번 사고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안전문화진흥원의 PSM진단보고서를 보면 화일약품의 중대재해 대비 매뉴얼과 교육 훈련, 위험물질 취급 장소와 비상구 설치 기준 등에 대한 지적 사항이 담겼다. PSM진단보고서는 유해 위험 화학물질을 다루는 PSM사업장이 안전관리조치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는 일종의 계획서다.
진흥원은 중대재해 발생에 대비한 비상조치 계획 작성 및 교육, 밀폐공간 지정 대상 재검토, 가스누출감지경보설비 등에 대한 비상전원 연결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흥원은 화일약품의 안전관리 계획에 대해 "사람은 생산 시스템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구성 요소이면서 안전 취약점이 될 수 있는 구성 요소라는 것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폭발 사고 이전에도 안전관리 소홀
당국 지적받고도 제대로 조처 안해
유족들 사장실 찾아 항의서한 전달
화일약품 중대재해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10일 성남 화일약품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발언에 나선 변수지 노무사는 화일약품의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안을 짚었다.
그는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기계를 정지하고 압축된 기체 또는 액체 등을 미리 방출하는 등 위험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비전문가가 정비에 참여한 점, 작업지휘자가 현장에 있지 않았던 점 등도 산안법 위반 요소로 들었다.
사고 현장에 대피를 안내하기 위한 방송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고 PSM진단보고서를 통해 비상훈련 시나리오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받았음에도 제대로 조처하지 않은 것은 중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故) 김신영씨의 아버지 김익산씨는 울음을 삼키려는 듯 연신 허공을 쳐다보며 "회사는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만들지 못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그래야 화일약품에서 제2, 제3의 아들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회견 직후 본사 사장실을 찾아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다만 화일약품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화일약품 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법에 따라 철저하게 (안전 의무를) 지켰다"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