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인천시가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 있는 옛 일본육군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부평캠프마켓 B구역 '1780호 건축물'의 철거를 시작, 현재 건물 내부의 석면 제거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며 오는 30일까지 철거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같은 철거 결정은 인천시와 국방부·문화재청 등이 3자 협의를 거쳐 "완전 정화를 위한 철거가 최우선"이라는 협의에 따른 것이라 점, 그리고 토양환경보전법상 2023년까지 토양정화를 해야 하는데 건물을 존치한 상태로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철거를 강행한 것이어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철거 중인 1780호 건축물은 캠프마켓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육군 조병창 병원으로 지어진 이후 주한미군 장교클럽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외관을 원형에 가깝게 유지해온 근현대건축물이다.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아 캠프마켓 공원화를 추진하던 중 건축물 하부에 유류오염이 확인되어 존치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와 국방부에 철거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도 없이 철거를 결정한 데에 대한 처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인천시가 공언해온 역사유산의 보존과 토양정화라는 두 가치의 공존 방안을 찾겠다는 정책 방향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천시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캠프마켓 일대에 대한 학술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의 존치를 원칙으로 삼고, 토양정화와 시민 안전을 위해 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도 반드시 복원하여 그 가치와 의미를 살리겠다고 공언해왔다. 또 인천시는 해당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도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철거 집행에 나섰다. 이에대해 인천시가 정화책임 소재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는 그동안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민관협력 활동의 성과를 백지화한 나쁜 선례가 될 것이며, 인천시 행정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보존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온 문화재청과 인천시가 입장을 갑자기 선회한 배경을 소상히 밝히고 철거 후 건축물 활용 방침을 공개한 다음 철거를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