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수원슬러지사업소에서 쏟아진 슬러지 분진으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관리 미흡에 따른 인재(人災)인지 안전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다. 책임 소재도 따져봐야 한다. 해당 시설의 운영사인 에코비트워터는 종사자 수가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곳이 일반 사업장 사고와 다른 점은 공공 업무를 위탁 수행하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지자체에도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도 이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지자체와 시행사가 맺은 BTO(민간투자사업) 협약으로 인해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해도 지자체장에게 안전 관리 여부 등의 책임 소재를 묻기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지자체가 계약을 통해 민간사업자에게 공공업무 운영을 맡긴 만큼,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안전관리 책무 또한 민간업체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도 경영책임자로 규정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수원슬러지사업소 사고에서 보듯 법 적용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이 법이 중대재해 사고의 책임 소재를 지자체의 장까지 폭넓게 설정한 이유는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지자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서였다. 수원시 외에도 여러 지자체들은 민간업체에 공공 업무를 외주하고 있다. 앞으로 수원슬러지사업소 사고 유형이 되풀이돼도 지자체장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3년간 경기도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100건이 넘는 '산업재해(산재)'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연결된 사고는 없었지만, 지자체도 산재에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을 떠나 일반 산재도 경기도가 가장 많다. 실제 올해 3분기 전국 산재 사망자는 510명인데, 이 가운데 도내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45명으로 약 28%를 차지했다.

지자체가 관여하고 발주하는 사업장의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이번에는 가까스로 법을 피해 갔지만, 지자체 차원의 중대재해 예방책 마련은 게을리하면 안된다. 제2, 제3의 사고에 대비해 경기도 차원의 중대산업재해 예방 종합계획을 세우고, 이를 기초단체와 공유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