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지난 8월31일 '시민 행복을 위한 미래지향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행정체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중구에서 영종도를 떼어 영종구(인구 10만명)를 신설하고 중구 내륙과 동구를 제물포구(10만명)로 개편하는 방안, 서구를 서구(38만명)와 검단구(19만명)로 분구(分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유정복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천 행정체제가) 1995년 2개 군 8개 구로 확정된 이후, 27년 동안 행정적·사회적 여건 변화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행 행정체제는 주민 복지와 편익 증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안은 해당 구의 면적, 인구 증감 추이, 주민 생활권, 문화적 차이, 개발 프로젝트 등을 고려한 것이다. 제물포구는 민선 8기 1호 공약인 '제물포 르네상스'(내항 일대 재개발사업) 중심지로, 영종구는 항공·해양·레저산업을 포함한 '뉴홍콩시티'(영종·강화 일대 투자유치 사업) 중심지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인천시는 기대했다.
인천시가 설정한 행정체제 완료 시기는 오는 '2026년 상반기'다. 인천시 계획대로 라면, 약 31년만에 '2개 군 8개 구'에서 '2개 군 9개 구' 체제로 개편된다.
인구 증감·생활권 등 고려해 행정체제 개편
신·구도심 격차가 낳은 결과… 시·정치권은
구도심 주민 체감할 수 있는 해소방안 내놔야
민선8기 공약 '제물포 르네상스' 중심지 기대
인천시의 행정체제 개편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까. 행정 효율성보다는 신도시와 구도심 간 여러 격차를 해결하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생각이다. 왜 영종구와 검단구를 신설해야 하고, 중구 내륙과 동구를 하나로 묶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영종구와 검단구 신설의 기인은 영종국제도시(경제자유구역)와 검단택지개발사업(신도시)에 따른 인구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하나의 기초단체로 묶일 중구 내륙과 동구는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으로, 눈에 띄게 쇠퇴했다.
서구 인구는 1995년 29만명, 2000년 34만명, 2005년 37만명, 2010년 40만명, 2015년 50만명, 2020년 54만명 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라국제도시, 루원시티, 검단신도시 등 개발사업들이 꾸준히 진행된 결과다. 중구 인구도 1995년 6만8천명에서 2020년 14만명으로 증가했지만, 공항신도시와 영종국제도시 등 영종도 개발사업 영향이 크다.
동구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1970년 동구 인구는 17만3천명으로, 당시 4개 구(중구·동구·남구·북구) 가운데 남구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동구 인구는 6만1천명으로, 10개 군·구 중 두 번째로 적다. 행정안전부는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고자 '인구감소지역'과 '인구관심지역'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데, 인천에선 강화군·옹진군(감소지역)·동구(관심지역)가 포함됐다.
"행정체제를 개편하면 뭐가 달라집니까?" 지난달 경인일보 인천본사 독자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질문이다. 궁금할 만하다. 행정구역과 명칭만 그럴싸하게 바꾸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인천시가 행정체제 개편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필 부분은 중구 내륙과 동구가 합쳐질 '제물포구' 활성화 방안이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 방안은 신도시와 구도심 간 격차가 낳은 결과다. 인천시와 정치권은 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며, 구도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격차 해소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