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가족은 일상을 포기해야 했다. 부모와 형은 약 두달간 빈소를 지키고 있다. "사측의 진심 어린 사과와 사고 원인 규명 전까지는 아들을 떠나보낼 수 없다"던 유족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아버지는 일당 25만원씩 받던 공사 현장을 떠나야 했고 어머니도 다니던 회사를 쉬고 있다. 형은 장례식장에서 쪽잠을 자며 부모 곁을 지키고 있다. 때로 몸져누워 병원을 전전하기도 했다.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안전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8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정작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유족은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총 18건. 사고 발생 약 두 달 전 화일약품이 지적받은 현장 안전조치 미흡 건수다. 비상조치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비상사태가 있었고 비상구 설치 기준이 미흡했다. 한국안전문화진흥원이 실시한 화일약품 PSM진단 보고서 내용이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공정안전관리(PSM) 평가에서는 화재, 폭발, 위험물 누출 등 잠재적인 위험을 도출하기 위한 위험성 평가 일부 공정이 진행되지 않은 데 대한 지적도 있었다. 안전문제를 대하는 사측의 안이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간다. 정부는 이런 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했다. 약 10개월이 지났다. 그간 전국 고용노동부에 중처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례 156건 중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23건(9월 말 기준)에 불과하다. 비율로는 14.7%다.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노동자 10명 중 9명에 대해선 책임자 처벌이 더디다는 뜻이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다가 갑작스레 발생한 사고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유족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
/이시은 사회교육부 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