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13개 버스업체가 18일부터 광역버스 입석 승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에서 운행하는 광역버스는 1천100여대로 도 전체 광역버스의 44%에 달한다. 이 업체들의 광역버스 노선을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은 벌써 승차 전쟁에 걱정이 태산 같다.

업체들은 입석 중단의 명분으로 운행 안전성을 내세웠다. 웃기는 말이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는 국토교통부의 훈령으로 2014년부터 시행된 이후 공식적으로 허용된 적이 없다. 국토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운행과 승객 안전을 이유로 밀어붙였지만, 광역버스가 서울로 진입하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수도권 시민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금지 훈령을 비웃듯 입석 광역버스가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제시간에 출근해야 할 승객들의 거센 저항에 국토부는 물론 관할 지자체와 업체들도 두 손 두 발을 들었고, 결국엔 눈 감고 방치했다. 출퇴근 광역버스의 만원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버스 업체들이 운행안전을 이유로 입석 중단을 결정하니 의아하기 짝이 없다.

이태원 참사의 여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관행적인 광역버스 입석 운행 중 인명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업체와 대표가 전적으로 법적 경제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각성한 것이다. 버스를 놓친 승객의 아우성보다는 과밀운행에 따른 책임회피가 우선인 셈이다. 이는 입석금지 훈령을 지키는 것이니 업체를 비난할 도리가 없다.

결국 정류장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국민만 남게 됐다. 당국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입석금지 훈령만 내놓았지, 수송대책은 외면했다. 서울시는 그때나 지금이나 서울 진입 광역버스 증차를 외면한다. 경기도가 2층 버스를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써 보지만 출퇴근 승객들의 좌석 확보에 실패하는 이유이다.

서울행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수도권 주민들은 대거 늘어났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유입되는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토부, 서울시, 경기도는 입석 금지를 실현할 증차실현, 배차조정은 손 놓고 있었다. 그러다 업체들이 법대로 하겠다고 나서자 입석 문제를 해결한다며 이런저런 소동을 피우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2025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출범해도 입석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광역버스 입석 금지는 대안 없는 행정 폭력의 전형적인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