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표류하던 '민생 추경안'을 처리한 17일 경기도의회가 '난장판'이 됐다.
경기도청 비서실 소속 공무원이 청사 내 여자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시도하다 불구속 입건(11월16일자 3면 보도=마약밀수 이어 여자 화장실 불법촬영… 경기도청 공직자들 기강 해이 논란)된 사건 관련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의회 국민의힘 여성 의원을 향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비아냥댔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빚어지면서다.
지미연(용인6) 도의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등 대표단과 소속 의원 10여 명은 17일 오후 2시 제365회 정례회 4차 본회의를 앞두고 경기도청 비서실 별정직 8급 직원의 여자화장실 불법 촬영 시도에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던 조성환 민주당 수석부대표가 '무서워서 화장실도 못 가겠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를 지나면서 "화장실을 무서워서 못 가시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국힘 의원 10여명, 피켓 들고 시위
민주 부대표 '못가시면 안되죠' 말에
"수치심 느껴" 사과 요구 고성 오가
해당 발언을 들은 국민의힘 소속 이인애 의원은 본회의 폐회 직후 조 부대표를 찾아가 여성의원으로서 수치심을 느꼈다며 조 수석부대표가 사과해야 한다고 항의했다. 항의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를 막아서는 민주당 의원 간의 논쟁이 이어졌고,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는 즉각적인 사과를 거듭해 요구하기도 했다.
염종현 의장과 정승현(민·안산4) 의원이 중재에 나섰지만, 조 수석부대표가 "(해당 발언이)이 의원에게 한 말이 아니고 혼자 한 말인데 자신에게 한 거라고 억지를 쓰면 어떻게 하느냐"고 맞받아치면서 순간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커졌다.
소란 이후 조 수석부대표가 이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에게 사과했고, 국민의힘 역시 당 차원의 대응은 별도로 검토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은 마무리됐다.
한편 이 와중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갑작스레 곽미숙 대표의원을 향해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또다시 여는 등 당내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는 등 부산스런 모습도 연출됐다.
이들은 소위 곽미숙 대표 '반대파'로 불리던 '정상화추진단'과 '비상대책위원'들이다. 이날 회견에서 이들은 곽 대표가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아 불신을 초래했다며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손성배·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