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의 정책보좌관으로 있다며 '생존'을 알린 J선배에게 전화가 온 것은 얼마 전 일이다.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던 J선배와 연락 자체가 수년만이었다. J선배는 "지금 경인일보 앞을 지나가며 김 기자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경인일보 기사를 거론했다. '내정자가 없다?… 김동연 인사에 몰리는 사람들'이란 내용의 기사인데, 똑같은 신념을 가진 신상진 성남시장의 방침으로 성남시도 똑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산하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고 공정 채용을 하기 때문에 라인업 구성에 어려움은 있지만 원칙은 지켜지고, 성남시가 보다 투명해 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선거 끝나고 정권 바뀌면 '자리 배치' 등장
김동연 경기지사 '캠프출신 보은없다' 공언
화성시 정치권 인사 A씨는 식사자리에서 정명근 화성시장을 칭찬했다. 정 시장 취임 약속 중 하나가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준말)으로 불리는 정무직 공무원을 최소화하고 일반 공무원을 중용하겠다는 것인데, 전임 시장 시절 '어공'이 기존 정무직 자리는 물론 일반직 공무원 보직까지도 침범하며 급속도로 늘어나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 그럼에도 정 시장이 이를 묵묵히 해 나가고 있다는 게 칭찬의 요지다. 그는 아예 정 시장이 화성시에 '나홀로 입성'했다고 했다. 캠프 출신 인사들의 요직 입성을 최소화했다는 이야기다. 공무원 출신인 정 시장에게, '어공'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정(市政)이 비정상적으로 보였을 게다. 선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뀌는 곳에는 항상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고, 이를 증명하듯 자리 배치가 이어지게 마련이다. 위로는 대통령실 및 정부기관부터 광역 및 기초단위의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임기 보장과 공개채용이란 행정 용어는 있지만, 정도와 범위만 다를 뿐 권력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전해지는 뜻이 인사와 채용에 반영되는 것은 관행이기도 하다. 가끔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예외가 없기에 '누워서 침 뱉기'라고 대중들은 생각한다. 이에 화성시와 성남시 사례가 당연하지만 예외인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낙하산 논란은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 재임 시절,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노조는 '낙하산 인사' 명단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전 지사가 성남시장을 할 당시 함께 했던 인물 90여 명이 경기도 및 산하 공공기관에 채용돼 일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유명 인사가 된 유동규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하고 지금은 구속된 정진상이 정책실장을 할 때 이야기다. 당시에도 경기도는 열린 채용이자 공정한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당시 "(성남 출신 인사가)해도해도 너무 많다"는 불만이 나왔지만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물론 의회가 절대 다수 여당이었던 이유도 있다.
과도한 '채용 투명성' 트집 잡히기 좋은점…
스펙만 보고 모르는이 중용 '좋은 인사' 아냐
김동연 경기지사는 기존과는 다른 채용과 인사를 보여주고 있다. 김 지사는 캠프 출신에 대한 '보은'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지금도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채용의 투명성이다. 공공기관장급으로 분류되던 그의 최측근 인사들은 비서실이나 정책보좌 등에 한데 모여, 지사를 보좌 중이다. 누구 하나 자리를 달라는 사람 없이 김 지사의 판단을 기다렸다. 김 지사 앞에서 '인사'를 논하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인사에서의 김 지사의 결벽(潔癖)은 상상 이상이라는 게 옆에 있는 사람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결벽도 과도하면 문제가 된다. 1천400만 인구에 육박하고, 독립해도 웬만한 소국(小國) 이상 된다는 경기도에서는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명문대를 나오고 중앙기관에서 일했다고, 경기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일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주변의 추천도 받고, 능력이 있고 경기도에 연고가 있다면 캠프 출신도 써야 된다. 오히려 경기도에 연고도 없이 스펙만 믿고 온 외부 인사가 산하 기관을 어떻게 놀이터 삼았는지, 우린 여러 차례 목격한 바 있다. 게다가 과도한 인사 결벽은 트집잡히기 딱 좋다. 국회 보좌진 출신에 한국노총 대변인을 지낸 인사가 4급 개방형으로 채용되는 것을 두고 '불공정 채용'이라고 비판받는 가혹한 일도 인사 결벽이 꼬리를 물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스펙만 보고 자신이 모르는 사람을 썼다고 '좋은 인사'라 말할 수 없다. 경기도엔 무엇보다 김동연의 '적재적소(適材適所)'가 필요하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