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가 거주 중인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 단지. 박씨의 퇴거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부착한 현수막이 길목 곳곳에 붙어 있었다.
지난달 31일 박씨가 이곳에 입주한 이후 동네의 풍경이 달라졌다. 인근 대학가의 활기찼던 분위기는 주민들의 불안감으로 물들었다. 20여일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의 걱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박씨 원룸 인근에서 네 자녀를 키우며 살고 있는 한 여성은 "박병화가 이 동네로 오기 열흘 정도 전에 이사를 왔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박병화가 누구냐고 계속 묻는다"며 "동네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제지할 수밖에 없는 부모가 돼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동네를 떠나는 주민도 나오고 있다. 박씨를 감시하는 업무를 맡은 화성시 소속의 한 안전지킴이는 "지난주 금요일에 박병화 옆집에 살던 남자가 이사를 나갔다. 매일 퇴거 집회를 하니 동네가 시끄럽기도 하고, 께름칙하지 않았겠냐"고 추측했다.
아이들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해
500여명 집근처 퇴거 요구 집회
이날 오전에도 시민 500여명은 박씨의 원룸 단지 인근에서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화성거주 결사반대', '보호관찰소 입소' 등이 적힌 피켓을 손에 든 시민들은 박병화 거주지 앞 도로를 가득 채운 채 1시간가량 집회를 이어갔다.
이창배 수기3리 이장은 "범죄자의 일상생활을 위해 선량한 마을 주민의 일상이 희생됐다"며 "원룸촌에서 연쇄 성폭행을 일으킨 자를 다시 원룸촌에 거주시킨 법무부는 과연 누구의 편이냐"며 박병호를 보호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화 화성 퇴출 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결의문을 통해 "오늘부터 우리는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며 "연쇄 성폭행범이 화성을 떠나 우리 아이들과 학생들이 평화를 찾을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무부를 향해서는 연쇄 성범죄자들의 거주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고위험군 성범죄자 수용제도를 도입해 선량한 시민들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민정주·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