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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유치원 입학을 위해 도입된 온라인 시스템인 '처음학교로'가 시행 2년 만에 시스템상 허점이 드러났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입학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2020년 도입됐다. 사진은 한 유치원의 모습. 기사와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공정한 유치원 입학을 위해 도입된 온라인 시스템인 '처음학교로'가 시행 2년 만에 시스템상 허점이 드러났다. 온라인 활용이 어려운 학부모를 위해 열어둔 현장 방문 접수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민원이 들어오기 전까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입학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2020년 도입됐다. 유치원 입학의 공정성과 학부모 편의 제공을 위한 취지로 전국 모든 공·사립유치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그동안 시설 좋고 거리가 가까운 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줄을 서서 신청하던 문화는 보기 힘들어졌다.

2020년 도입 시스템
장애인·다문화가정위한 방문접수
안산서 규정 위반 33명 대리 신청
교육청 1차 경고뿐 재모집은 외면

대다수 학부모가 처음학교로를 이용하지만, 온라인 활용이 어려운 장애인, 다문화가정 학부모 등은 현장 방문 접수를 통해 신청한다. 현장 방문 접수는 학부모가 처음학교로 모집 기간 때 유치원에 방문하면 원장이 위임을 받아 대리 신청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장 방문 접수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처음학교로 시스템상 허점이 드러났다. 민원을 받기 전까지 규정 위반 사항을 파악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안산시의 한 사립유치원은 2023학년도 유치원생 우선 모집 기간(10월 31일~11월2일) 이전에 33명의 학부모에게 위임장을 받은 후 모집 기간 때 대리 신청을 했다. 모집 기간 이전 학부모들의 입학 신청서를 받아 경기도교육청이 정한 유치원생 모집 규정을 어겼고, 온라인 활용이 가능한 학부모를 대상으로 현장 방문접수를 한 것도 규정을 위반한 셈이다. 대리 입학 신청한 33명은 모두 입학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한 위반 사항인 만큼 감사가 진행돼야 하지만 해당 유치원은 절차에 따라 지난 22일 안산교육지원청으로부터 1차 기관 경고를 받았다. 입학 탈락한 학부모가 요구한 유치원생 재모집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불공정 사례를 안 학부모가 굉장히 화가 난 상태로 민원을 넣었다"면서도 "그러나 재모집을 하면 역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유치원에서 안내받은 대로 신청했는데 왜 다시 모집을 해야 하는지 따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허점이 드러나자 학부모 단체는 시스템을 보완하고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승숙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경기부지부장은 "징계 수위가 낮으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 사립유치원이 하나둘 씩 이런 식으로 유치원생 모집을 해버리면 처음학교로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도교육청 차원에서 반드시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4일 해당 유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은 없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