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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정치부 기자
'패닉(Panic)'.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개인의 심리상태나 행동을 뜻하는 말로, 고대 그리스 신화의 '판(Pan)'이란 존재에서 유래한 단어다. 목축의 신인 판이 위기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믿음을 가진 아테네인들은 공물과 제물 등을 제사장을 통해 판에 받쳤다. 실제 그리스에 평화와 호황을 가져올 때마다 그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지만, 흉작을 맞거나 전염병, 전쟁 등이 벌어지면 아테네인들은 큰 좌절과 공황을 겪게 됐고 훗날 패닉은 사회적 불안을 뜻하는 대표적 단어로 발전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3고 현상(고물가·고환율·고금리), 북한의 군사 도발과 가상화폐의 몰락 징조 등 우린 모든 생활이 불안한 패닉에 빠져있다. 일명 '대불안의 시대'라고 명명할 수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경제불안은 고용불안으로, 여기에 안보불안까지 이어지며 경제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코로나19만 끝나면 '호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믿음은 사라졌고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울한 소식만 들린다.

와중에 겪은 '이태원(10·29) 참사'는 대불안의 시대에 안전불안까지 겹치게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8년만에 반복된 참사. 잠시 잊고 있던 일상 속 죽음의 요소가 언제든지 우리를 덮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우리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한 것이다.

불안의 증폭은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결혼하면 배우자란 불안요소가 늘어나는 거고 자식이 늘어나는 출산도 마찬가지다. 혼자만의 불안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출산을 선택할 이유는 줄어든다.

참사 때마다 반복되는 '책임 회피'와 경제위기에도 '펀더멘탈'은 문제없다는 정부, 판에 의지한 그리스인들과 달리 현재 국민들이 겪는 패닉을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은 어디에 가져야 할까.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