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총인건비를 제한한 행정안전부의 예산편성 지침 탓에 조례로 정한 생활임금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가 내린 지침과 도 생활임금 조례의 내용이 상충하며 벌어진 일인데, 신규 직원이 기존 직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지경에 이른 상황이다.
28일 경기도에 따르면 2022년 도 생활임금액은 시급 1만1천141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32만8천469원이다. 생활임금이란 노동자가 생존을 넘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산정한 임금으로, 도는 올해 생활임금액을 지난해 대비 5.7% 인상해 고시한 바 있다.
도 생활임금 적용범위는 도 및 도 출자·출연기관 소속 노동자 등으로, 대상자 전원은 원칙적으로 생활임금의 적용을 받는다. 도의 생활임금제는 그러나 최저임금제와 달리 법적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임금과 관련한 여타 규정·지침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도 일부 공공기관 직원들이 올해 생활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이 같은 한계에서 비롯됐다. 도 출자·출연기관은 생활임금 적용 대상임과 동시에 행안부의 출자·출연기관 예산편성 지침을 따라야 하는 의무도 가진다.
작년比 5.7% 인상… 지침과 충돌
문화재단 직원간 임금 역전 발생
문제는 도 생활임금 인상률과 행안부 예산편성 지침상 총인건비 인상률에 격차가 생기며 발생했다. 지침에서 정한 올해 총인건비 인상률은 2.8%로, 생활임금 인상률보다 2.9% 낮았다.
인상률 지침을 지키지 않은 각 기관은 이듬해 예산편성시 인상률 초과분만큼 감액되고, 경영실적 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지침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는 기관 소속 직원들이 생활임금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경기문화재단 소속 직원 107명은 올해 생활임금 인상분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기존 직원은 아직 지난해 생활임금을 받고 있고, 올해 입사한 신규 직원은 5.7% 인상된 올해 생활임금을 받고 있는 탓에 임금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공공연대노조 경기문화재단지부 관계자는 "행안부 지침에 도 조례가 무력화돼 기존 직원은 신규 직원보다 급여가 적어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는 행안부에 예산편성 지침 내용 일부를 수정해 달라고 건의하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다. 경기문화재단뿐 아니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지침상 최저임금 증가분은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에서 제외된다. 생활임금 인상분도 최저임금처럼 총인건비 산정에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