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진 성남시장의 '시정혁신위원회'가 시의회 조례 심사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시정혁신위는 과거 전임시장 시절 잘못된 행정 시스템을 바로잡겠다며 신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독립 기구이다. 신 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시 행정의 정상화와 혁신을 시정의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인수위원회에 시정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했고, 취임 이후에는 시정혁신위 구성을 서둘렀다.

신 시장의 시정 정상화와 혁신 행보는 명분도 있고 지지도 받았다. 전임 시장 시절 발생한 각종 범죄 및 비리 의혹들이 시청을 중심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 시절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은수미 시장 시절 사조직 부정채용 사건의 배후에 오염되고 타락한 시 행정이 있었다. 사건 연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와는 상관없이, 온갖 유형의 범죄와 비리에 조력한 시 행정구조를 혁신하는 일은 신임 시장이 감당할 의무였다. 본란에서 시정 정상화특위 설치를 환영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시의회가 시정혁신위 설치 조례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의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야가 한뜻으로 심사를 보류하고 나선 이유를 살펴보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조례안대로라면 시정혁신위 활동기한과 위원의 임기가 '현안과제 완료 시'까지 무제한이다. 조직·인사, 재정, 감사, 출자·출연기관 등 4개 혁신분과의 심의 대상이 시 행정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시장은 심의 결과를 정책에 반영할 의무를 진다. 시장이 단독으로 위원을 위촉할 수 있고, 시의회의 감시와 견제장치는 없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견제 없이 행사하는 조직인 것이다.

전임 시장 시절 성남 시정을 망친 것은 견제받지 않는 인사들의 전횡 때문이었다. 정진상은 6급 정책실장 명함을 들고 결재의 길목에서 시장의 권한을 대행했다. 얼굴도 모르는 6급 실세가 시 행정을 지배한 것이다. 이런 행정을 타파하려는 혁신 조직이라면 민주적 절차가 살아 움직이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갖추어야 마땅하다.

시의회는 시장의 지휘를 받는 위원회 시정을 걱정하고 있다. 혁신의 목적이 성남시 자치행정 정상화가 맞다면 혁신위 자체가 비정상 권력이 되면 안된다. 시의회는 시정혁신위 조례 심사를 보류했다. 반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신 시장이 시의회의 일리 있는 지적을 수용해 전향적인 혁신위 개선안을 내놓기 바란다. 이런 과정 자체가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