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당략을 고려하지 않고, 경청의 자세로 예산을 심의하겠다."
김민호(국·양주2)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도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동수 상태에서 진행되는 첫 본예산안 심의에 임하는 각오다.
법조인 출신인 김 위원장은 자신의 강점을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 있는 체력과 다양한 의견에 집중하는 경청 능력으로 꼽았다. 그는 "변호사란 직업 자체가 일단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체력이 겸비돼 있다. 또 재판이 예산 심의와 비슷하게 첨예하게 토론을 하는 구조라 반드시 남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11대 전반기 첫 본예산안 심의인 것과 동시에 앞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에서 수차례 파행과 진통을 겪은 만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공정한 심의를 위해 그가 설정한 심의 기조는 기본적으로 예비심사를 진행한 상임위원회 조정안을 존중하는 방향이다.
그는 "여야 동수인 도의회가 생각 이상으로 예산 심의가 힘든 구조라 책임감이 무겁다"며 "가급적 상임위가 삭감한 예산을 존중하되, 증액분에 대해서는 양당 의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행부를 향해선 "집행부도 왜 사업 예산이 필요한지에 대한 당위성을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태도가 요구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동연·임태희 공약사업 주목중
기회소득, 쟁점 사안 될 가능성 커
파행 씨앗 '쪽지예산' 차단 의지
이번 심의에서 그가 주목하는 사업예산은 김동연 지사와 임태희 교육감의 공약·정책 사업이다. 역점 사업인 만큼 예산을 지켜내기 위한 집행부와 도의회는 물론, 여·야 의원들간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민선7기부터 이어진 각종 기본소득 사업과 지역화폐를 비롯해 새로 추진되는 예술인·장애인 등 기회소득 예산들이 김동연 지사의 공약 사업이 아무래도 쟁점 사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코로나19 상황에서 예술문화·체육 사업 예산이 위축됐다가 이번 예산에서는 증액된 사업이 많아, 어떤 사업예산을 줄일지 충분한 숙의를 해야 해 진통을 겪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특히 예산안 심의 파행을 차단하기 위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쪽지 예산'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상대 의원을 향한 과도한 비방, 양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발언 역시 엄중 경고하겠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민생 예산이 적기에 편성될 수 있도록 원활한 심의를 이어가겠단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의원들이 예산 심의를 위해 연일 늦은 밤까지 심의를 이어가고 있고 일부 의원들은 집에도 못 갈 만큼 고생 중이다. 민생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적기에 편성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