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의 반대에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책임을 물어 해임안 발의를 강행한 가운데 여권은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하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이태원 참사 책임 예정대로 진행
"자진사퇴 없고 거부땐 탄핵소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난안전예방과 관리의 정부 책임자로서 경찰, 소방 지휘라인의 정점에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실책이 명백하다"고 밝히고 예정대로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지난 23일 여야가 국정조사를 합의한 이후로 일주일 만이다. 박 원내대표는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으나 "국민들의 동의를 더 끌어내기 위해 한번 더 단계를 밟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해임건의안에는 "용산 이태원 참사는 사전 예방대책이 수립되지 않았음은 물론, 참사 당일 구조와 수습 등에서 총체적인 실패와 부실이 드러났다"며 "참사 중심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의무와 직무를 유기한 채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이 장관이 있다"고 적혀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번 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며, "자진사퇴를 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다음 주 중에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이 장관의 문책을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국힘 "합의파기 국조할 이유없다"
대통령실 "슬픔 정치이용 안되길"
예산안 처리 기한 넘길 전망 높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에 대해 '여야 합의정신'을 파기했다고 반발하며 사실상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조사 계획서에 조사 대상으로 사실상 명시된 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면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국정조사 본연의 취지에 맞게, 슬픔이 정치에 이용되지 않는, 유가족과 희생자의 바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과 입장을 같이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국정조사 대상에 행안부 장관이 포함돼 있고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국정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파면하라고 요구한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응수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처리를 보류하고 예산안 통과를 먼저 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힌 뒤, "만약 해임건의안을 강행한다면 예산안 처리는 물 건너가고 극심한 정쟁에 빠지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과 예산안이 맞물리면서 예산안 처리가 기한(2일)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소득세법, 법인세법 등 예산부수법안이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 역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를 넘지 못해 예결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 막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종료되는 협의 시한을 2일 오후 2시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김연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