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12월 첫날 아침 수원역. 칼바람이 부는 거리를 벗어나려 잰걸음을 하는 시민들 옆으로 텐트촌이 등장했다. 캠핑장이 아닌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10여개 텐트는 노숙인들의 생활 터전이다.
텐트에서 생활하는 허모(57)씨는 "이틀 전부터 너무 추워서 웅크리고 잔다"며 "그래도 침낭 안에 핫팩 두 개 넣고, 그 위로 이불을 덮으면 잘만하다"고 이야기했다.
낮에는 광장 돌아다니며 추위 극복
밤엔 체감온도 '영하 10도' 잠못자
인접한 수원역 광장의 '무한돌봄 정 나눔터(정나눔터)' 앞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두꺼운 외투에 파묻힌 채 술잔을 기울이며 추위를 조금이라도 떨치려 했다. 허모(60)씨는 "술이라도 한 모금씩 마셔야 그나마 체온이 올라간다"라고 양손을 비비며 말했다.
조촐한 술자리 뒤편으로는 겨울 외투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한쪽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신모(63)씨는 옷가지를 솎아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그는 "외투 안에 여러 겹 껴입으면 훨씬 따뜻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옷 10개 정도 미리 세탁해두려 한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광장 화장실에서 손빨래를 해야 했지만, 이날은 정나눔터 옆 노숙인 숙소의 세탁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낮에는 광장을 돌아다니며 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지만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밤에는 버티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한파가 찾아오기 시작하면 교회나 봉사단체에서 핫팩과 내복 등을 나눠주기도 하나, 매섭게 부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고시원이나 쪽방 등 저렴한 월세의 거주지를 구하는 임시방편도 이들에게는 간단치가 않다.
텐트 근처 벤치에서 만난 김모(59)씨는 공적 지원금 없이 교회에서 제공해주는 식사와 지원 물품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고시원에 들어가려 해도 돈이 있어야 한다. 수급비도 못 받는데 월세를 어디서 구하는가"라며 "수급자 신청을 하려면 주거지가 있어야 한다 들었는데 노숙자는 주거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연일 영하권으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도 지난 29일부터 식사 장소인 정나눔터를 한파대피소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트와 이불이 제공되며, 저녁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잠을 청할 수 있다.
정나눔터 관계자는 "기초수급자 자격 증명 없이 발열 체크를 한 뒤 명단에 이름을 적으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