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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줄어드는 쌀 소비로 쌀 창고는 초과 생산된 채 팔리지 않은 물량으로 넘쳐 나는 가운데 올해 추수한 쌀값도 계속 하락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오후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올해 수매된 벼들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있다.2022.11.2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올해 적자 폭탄을 맞은 경기도내 지역농협들이 벼 수매가를 낮춰잡고 있지만(11월8일자 12면 보도=경기도내 농협 '쌀 수매가' 불가피한 인하… 농민들 철회 목청) 햅쌀 수확기에 반짝 올랐던 산지 쌀가격이 다시 하락하며 고심이 커지고 있다. 쌀 소비 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마저 이어져 올해와 같은 적자 사태가 되풀이될까 지역농협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4일 경기도내 각 지역농협 등에 따르면 농민들에게 벼를 수매하는 각 지역농협은 지난해보다 평균 3천원 가량(40㎏ 기준)을 내려서 올해 수매가를 결정했다. 지난해 벼농사가 잘돼 쌀 공급량은 늘었는데 소비는 줄어서 쌀가격이 크게 떨어진 탓에, 각 지역농협의 적자가 수십억원에 이른 탓이다.

지역농협은 각 농가로부터 벼를 사들여 이를 도정하고 포장한 후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처에 판매한다. 지난해 경기도 지역농협의 벼 수매가는 40㎏ 기준 7만원대였는데 쌀시장 가격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벼를 사들인 값도 받지 못할 정도로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때문에 올해는 각 지역농협이 지난해보다 벼를 사들이는 가격을 줄줄이 낮췄다.

사들인 값도 못받고 손해입을 처지
햅쌀수확기만 '반짝' 다시 하락세로
지역농협 작년 수십억 적자 '불안'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뚫고 수매가를 겨우 낮춰 잡았지만 야속하게도 산지 쌀가격은 하락세다.

통계청이 실시하는 산지 쌀값 조사 결과에 따르면, 쌀가격은 20㎏ 기준 지난 9월 25일 4만393원까지 떨어졌다가 햅쌀 수확이 본격화된 10월 5일 4만7천145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그 이후 조금씩 가격이 내려가 11월 25일 기준 산지 쌀가격은 4만6천767원이다. 지난 11월 15일(4만6천777원)보다 10원 내렸다.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동향 조사에서도 쌀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가 떨어졌다.

가격이 하락하는 데는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통계청의 연간 1인당 쌀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2012년(69.8㎏)부터 2021년(56.9㎏)까지 최근 10년새 12.9㎏이 줄었다. 그나마 벼 농가를 뺀 나머지 일반 가구에서 소비되는 양은 지난해 1인당 55.2㎏으로 더 적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와 내년 쌀소비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최근엔 물가·금리 상승으로 전반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구매력이 하락한 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바라보는 도내 지역농협에선 불안감이 움트고 있다. 생산비가 오른 농민들의 사정을 고려해 수매가를 최소폭으로 인하한 가운데, 쌀값이 계속 떨어지자 또다시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 비축·매입을 통해 역대 최다 물량의 쌀을 사들이기로 했지만, 가격을 낮게 제시한 쌀부터 사들이는 역공매 구조상 경기도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인 점도 우려를 키운다. 수매가를 지난해보다 낮춰서 잡았음에도 경기도의 평균 수매가는 여전히 7만원대로, 다른 시·도보다 비싼 편이라 공공 매입 과정에선 불리하다.

한 지역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는 "수매가를 충분히 인하한 게 아니라 최소한으로 내린 것이기 때문에 적자를 면하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쌀값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어서 걱정"이라며 "정부에서 시장격리(공공매입)를 하는 게 효과가 있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