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도입된 산업연수생제가 고용허가제로 이어지기까지, 이주노동자 역사는 30돌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안전사고 등 이들의 노동환경과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유해환경 속에서 작업을 하지만 기본적인 보호장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는 방독 마스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열악한 농촌에서는 최소한의 보호 장비도 지급되지 않는 게 상례다.

이주노동자들의 일터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자리를 뜻하는 3D에 죽음(Death)을 덧붙여 4D로 불린다. 농촌지역 외국인노동자들의 농약 중독 실태는 공식 집계도, 변변한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불임 등 다양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는 농촌지역 이주노동자의 농약 중독 실태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현장 개선도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 수는 코로나 19로 국제적 이동이 줄어든 시기를 제외하곤 지속적인 상승세다. 고용노동부는 중소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의 내국인 구인난이 이어지자 올해 이주노동자 쿼터를 기존 5만9천명에서 6만9천명으로 늘렸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이 꺼리는 직종에 투입돼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있다. 제조업체와 서비스 직종에 이어 농어촌에서도 의존도가 높다. 이들 없이는 우리 경제가 돌아가지 못할 정도가 됐다. 그런데도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자신을 '노동자'가 아닌 '부품'이 돼 소진돼 가고 있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포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머물던 이주노동자가 한파 속에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재발 방지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노동환경에 이주노동자의 인권은 더 열악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 역사가 30년을 넘어선 만큼 이제는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고용허가제가 제도적 한계로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에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이주노동자가 요구하는 노동허가제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