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정부를 상대로 항만자치권 확보를 위한 건의를 지속해서 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기존 논리로는 정부 설득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논리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항만자치권 확보를 위한 해양수산부 상대 건의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확보'다. 인천엔 현재 북항 준설토 투기장 등 약 9.7㎢의 준설토 투기장이 있다. 또 북항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과 신항 배후단지 2단계 투기장 등 약 7.8㎢의 투기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관련 법상 이들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은 해수부가 갖고 있다.

인천시는 항로 준설 등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갯벌 감소 등 어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준설토 투기장을 매각하거나 임대한 수익은 지자체에 환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천시는 준설토 투기장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 지자체 참여가 배제돼 지역 여건 및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인 개발이 불가능한 만큼, 준설토 투기장을 지자체에 무상 양여하거나 조성원가 이하로 매각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현안 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인천시 설명이다.

 

지자체 개발 계획 배제에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해수부서 이관 건의
나라 예산으로 조성 '국가 귀속' 반박… 같은 논리 지속 피로감만 높여


해수부는 정부 예산으로 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하는 만큼, 소유권도 국가로 귀속되도록 정해져 있다며 인천시 건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다만 감정가격으로 지자체가 매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해수부의 부정적 입장에도 인천시의 건의 논리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지난 2017년에도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이전을 건의했는데, 이때도 '환경 훼손으로 얻게 된 자원을 지역사회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 '조성원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핵심 내용이었다. 같은 내용의 건의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피로감만 높이는 셈이 됐다.

이 분야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호주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연안으로부터 일정거리의 해역까지는 지방정부가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인천시가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확보를 위한 새로운 논리를 개발하는 데 더욱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천시는 어장 확장과 조업시간 연장 등 접경해역 조업 여건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안보문제를 거론하며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인천시는 정부를 설득할 대안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천시는 내항을 역사·레저·관광·문화 중심의 하버시티로 재개발해 중구와 동구 지역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항만재개발 권한 등을 확보해야 하는데,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확보 현안과 마찬가지로 해수부를 설득해야 한다. 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받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평가다.

항만분야 한 전문가는 "건의서만으로는 항만자치권을 확보할 수 없다"며 "주요 과제를 선정하고, 과제별 로드맵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정치권과 다른 항만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항만 자치권 확보를 위한 민관 추진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대응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