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자와 프리랜서 사이에서 이뤄지는 구두계약 등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려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표준계약서 작성을 홍보하나 프리랜서의 업무 범위를 획일화하기 어려운 탓에 실효성은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자에도 근로자에도 해당하지 않는 프리랜서 직군을 제3영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직종별 표준계약서 및 관련 해설서는 32종이다. 각각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를 어떻게 양도할지 등을 문서로 규정한다.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를 살펴보면, 저작권자와 출판사 사이에 출판권 설정과 권리·의무에 대한 협의 내용을 52쪽에 걸쳐 조목조목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은 실제 현장에서는 이 같은 표준계약서대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며, 업무 범위가 다양해 현실적으로 표준안을 하나하나 만들기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이모(수원·30대)씨는 "정식 근로계약이 아닌, 건당으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수정 요구 사항 등이 생기면 계약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계약서에 일일이 다 담을 수도 없다"며 "이 점을 악용해 임금을 떼먹는 악덕 클라이언트들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업무범위 등 표준안 대입 불가능
건당 진행에 수정사항 다 못담아
제3지대 분류·전문적 도움 필요
일목요연하게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법원까지 가서 다퉈보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소액 소송이더라도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행정 기관의 도움을 받으려 해도 프리랜서는 사업자성을 띠고 있어 노동자임을 증명하기 어렵다.
이처럼 프리랜서들은 근로자나 사업자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등 정체성이 모호해 법적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다반사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프리랜서를 제3직군으로 분류하고 담당 기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병덕 씨엔협동조합 이사는 "표준계약서를 작성해도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기에 근로 계약처럼 불공정 행위를 강하게 제지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행정적으로 도움을 받을 일도 적은 게 현실"이라며 "프리랜서를 근로자, 사업자 외에 제3지대로 분류하고 '프리랜서계약센터'를 설치해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