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11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국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 해임 건의안 가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지키기에 '올인'하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무용론'을 꺼내 들었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의 명령"이라며 해임건의안 수용을 압박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 결과,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이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이날 표결에는 민주당 등 야당만 참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전 김진표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본회의장에서도 '협치 파괴 정쟁 유도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 시위를 벌인 뒤 집단 퇴장했다.
본회의장 퇴장 후에는 즉각 규탄대회를 열고, 야당의 해임 건의안 가결을 강하게 성토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규탄대회에서 "오늘로써 정치는 사망했다. 대표 1명 살리겠다고 169명의 국회의원을 인질로 만들어 협치의 상징인 국회를 수치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명분 없는 해임건의안에 혈안이 돼 국회 예산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자수해서 광명 찾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의인 1명이 없어서 반드시 망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해임 건의안은) 이재명의 체포와 처벌에 쏠린 국민 관심을 분산시키고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며 "이를 대통령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우리는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힘 "이재명 살리기 '올인' 국민 관심 돌리기"… 국조위원 전원 사퇴
민주, 尹 겨냥해 "국민의 명령" 수용 압박… "'李 방탄'은 억지 생트집"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김형동·박성민·박형수·전주혜·조수진·조은희 의원 등 7명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위원들도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약속을 파기하고 국정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해임건의안을 의결해버렸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무용하다"고 일축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한 해임 건의안 수용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했을 때 대통령께서 또 다시 헌법이 정한 국회의 책무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당의 집단 퇴장에 대해선 "여야가 합의해서 행정부 견제를 위한 안건 처리에 임했으면 좋은데, 일방적 항의 퇴장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고, 여당의 '이재명 방탄' 주장에 대해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비상식적 억지 생트집"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의 사퇴에 대해선 "애초에 국정조사를 막고 싶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해임건의안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계속 거부할 경우 국회의 권한을 다해 참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