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가구가 2천여가구로 추정되는 전세 사기사건이 인천 미추홀구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11월29일자 6면 보도='경매 폭탄' 맞은 미추홀 세입자… 자체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꾸려)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 '빌라왕'으로 불린 임대업자가 갑자기 숨져, 적어도 임차인 200명 이상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40대 임대업자 김모씨다. 보유하고 있는 주택만 지난 6월 기준 1천139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소유의 주택은 경기도와 인천시, 서울시 곳곳에 있다.
자기자본 없이 세입자들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을 토대로 주택을 늘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행방이 묘연해졌고, 끝내 지난 10월 서울시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통상 HUG가 지급하고 구상권 청구
숨진 김씨 부모는 상속 의사 불명확
원희룡 장관 "서민 피해 없게 최선"
세입자들 다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 보험에 가입했다. 통상 HUG는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반환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먼저 HUG가 보증금을 지급해준 뒤,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해당 금액을 받는다.
그런데 집주인 김씨가 숨지면서 HUG에서도 이런 방식이 어려워졌다. 김씨의 가족이 상속을 받으면 다행이지만, 김씨의 부모는 상속 의사가 불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법원이 상속 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 보험에 가입한 세입자 중 아직 HUG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은 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꾸린 온라인 카페에는 450여명이 가입해있다.
피해자들 다수가 대출을 토대로 전세보증금을 마련해 이를 돌려받지 못하면 당장 대출 상환이 막막한데다, 집이 언제 압류될지 모른다는 걱정 역시 큰 상황이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섰다.
원 장관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임대인이 사망했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집을 당장 비워줘야 하는 건 아닌지, 전세 대출금을 바로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건 아닌지 많은 피해자들의 눈 앞이 아득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제가 확인해본 결과 피해자 분들은 상속 절차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살고 계신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도록 전세 대출금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이 운영하는 전세대출 보증의 연장이 가능해 당분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민들이 전세 피해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