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에서 공익 목적의 지원 업무를 하며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회복무요원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중식비 인상과 연·병가 확대, 위법·부당업무 거부권 등을 요구사항으로 하는 단체교섭 요구서를 병무청에 전달했다. 노사간 협상을 통해 사회복무요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다. 다만, 병무청이 사회복무요원노조의 교섭 요청에 응할 법적 책임은 없다.
일부 사회복무요원은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주장하며 지난 3월 사회복무요원노조를 설립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은 당시 노조가 제출한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 병역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의 신분은 노동자가 아닌, 공무원에 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기관으로부터 업무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노동의 대가로 월급을 받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노조 설립 반려에 고용부 행정소송
단체교섭 요구서 병무청에 전달
"ILO 위반… 제도 폐지"도 주장
노조는 나아가 현행 사회복무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사회복무제도가 국제노동기구(ILO) 제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비준한 해당 협약은 처벌의 위협으로 강요받거나, 비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규정하며 금지하고 있다.
다만, 군사적 성격의 노동은 예외로 하고 있다. 노조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받을 위협이 있고, 비군사적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비군사적 복무라 하더라도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협약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사회복무요원으로 분류된 대상자에게도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협약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구리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전순표 사회복무요원노조 위원장은 "제도 폐지와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병무청에 교섭을 요청한 건 개선에 중점을 둔 활동"이라며 "사회복무요원이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뿐 아니라 사회복무제도의 위법성을 국제적으로 알리고자 ILO에 진정서를 내는 등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병무청 "부당한 권위 침해없게"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정식으로 인정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청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현재는 사회복무요원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는 게 법률적 판단"이라면서도 "(노조가) 권익 보호 측면에서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는데, 사회복무요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할 수 있고, 부당한 권위 침해가 없도록 복무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