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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성남시 수내동의 한 붕어빵 가게. 사장 강모씨가 가스 불에 붕어빵을 굽고 있다. 2022.12.16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8℃ 날씨, 수인분당선 고색역 3번출구 

32세 사장님 가게 앞 길게 늘어선 줄
반죽총·온열통 사용해 빵 굽고 손님 맞이하는 모습

장사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
"외식업계 관심, 새로운 도전 해보고 싶었다"
영하 8도에 칼바람까지 부는 지난 18일 저녁 8시께 수인분당선 고색역 3번 출구 근처에 길게 늘어선 줄 앞에서 최모(32)씨는 3분에 한 번꼴로 '반죽총'을 쐈다. 먼저 구운 붕어빵을 담아 놓는 온열통은 금세 동났다. 그는 중간중간 스마트워치에 뜨는 입금 알림을 곁눈질하는 한편, 익숙한 손님 이름이 보이면 친근하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겨울철 대표 간식 붕어빵 포차 창업에 2030세대 청년들이 뛰어들고 있다. 100만원 미만의 비교적 저렴한 초기 자본금만으로 3.3㎡ 남짓 자그마한 가게를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큰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한 철 장사를 하며 색다른 경험을 해보려는 게 주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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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수인분당선 고색역 인근 붕어빵 가게에서 사장 최모씨가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2022.12.15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장사를 시작한 지 아직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최씨도 붕어빵을 굽기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4년 다니던 사무실에서 나와 곧바로 붕어빵 창업을 시작했다. 그는 "평소 외식업계 쪽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새로운 도전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붕어빵은 겨울에만 팔 수 있는 간식이라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첫 창업 아이템으로 꼽았다"고 했다.

흔하디흔한 길거리 간식이지만 붕어빵은 수요층이 두텁다. 가격이 차츰 올라 '서민 간식'이란 타이틀이 조금씩 흔들려도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은 창업 매력 포인트다. 마니아층 소비자는 굽기 정도, 반죽과 팥소·슈크림의 적정 비율, 식감 등 완벽한 조건을 갖춘 붕어빵을 구워내는 포차를 찾아 돌아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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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수인분당선 고색역 인근 붕어빵 가게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2.12.15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00만원 미만 자본금으로 3.3㎡ 가게 마련
2030세대 포차 창업 뛰어드는 추세

두터운 수요층… 반죽·팥소·슈크림 '황금비율' 찾아
"고색동에서 광교까지 붕어빵 사러 가본적도"
최씨 포차의 단골이 된 지 얼마 안 됐다는 한 고색동 주민은 "붕어빵을 사러 고색동에서 광교까지 가본 적도 있다. 그만큼 붕어빵을 정말 좋아한다"며 "집 근처에 괜찮은 데가 생겨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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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원시 권선구 고색역 인근 붕어빵 포차에서 사장인 최모(32)씨가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2022.12.19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2030세대의 붕어빵 창업 열풍 한가운데서 같은 세대 소비자들도 수요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16일 오전 성남시 수내동에서 붕어빵 포차를 운영하는 강모(60대)씨는 십여 년째 여러 지역을 돌며 장사를 해왔는데, 요새 들어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강씨는 "그냥 사 먹는 게 아니라 만드는 과정을 하나하나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우리 포차는 가스 불로 반죽을 구우니깐 그게 신기해서 그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젊은 층의 붕어빵 열풍에 대해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붕어빵은 레트로 유행, 저렴한 창업 비용, 남다른 경험에 대한 욕구 세 가지가 충족되는 분야다. 창업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고, 소비자에게는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거리인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