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동이 의사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길병원은 전공의(레지던트)를 구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다 내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 4명 모집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사태까지 발생하자 결국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입원진료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길병원의 소아과 병동 폐쇄 소식은 충격적이지만 이 사태가 비단 길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모든 대형 병원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시내 다른 상급종합병원도 전공의 정원 미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의 젊은 의사들의 소아과 기피현상은 심각하다. 서울 시내 주요 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중에서 내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차 모집에서 정원을 채운 곳은 서울아산병원 뿐이다. 내년 상반기에 국내 65개 병원에서 선발하는 소아청소년과 신규 전공의 정원은 199명이지만, 실제 지원자는 정원의 16.6%인 33명에 그쳤다. 즉 65개 병원 중 54곳(83.1%)은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는 말이다.

낮은 출산율보다 소아과 진료의 특성도 중요한 기피원인이다.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최근 5년간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의료계에서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의사들의 소아과 지원율이 떨어진 한 분기점으로 본다. 소아과 진료실에서는 보호자들의 자녀 건강에 대한 걱정이 진료 의사에 대한 짜증과 폭언,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진료비다. 소아 진료비는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되는데, 오랫동안 낮은 보험수가로 유지되고 있어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으려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에 전문의 채용을 늘려 전공의에게만 의존하는 기형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지만 역시 진료비와 연동되어 있는 셈이다.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으로 아동 병세가 중증질환으로 진행될 때 전문의가 없어진다는 것이며 아동 중환자실도 사라지고 있다. 국가의료 체계의 위기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대책 가운데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확충이 포함되어 있으나 미봉책이다. 지금은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