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하는 초·중·고 급식실 종사자들이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고온 다습한 환경과 음식조리 시 발생하는 오염물질 등에 장기간 노출된 급식실 종사자들을 보호할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인천시의 한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5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인천학교 비정규직연대회'는 심근경색으로 알려진 이 종사자의 사망 원인이 열악한 급식실 환경 때문이라며 환기시설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경기도의 한 학교 급식실 종사자가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는 폐암에 걸린 전국의 급식실 종사자 13명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이를 계기로 인천시교육청이 전국 시·도 교육청 중 처음으로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인천지역 공립학교와 인천시교육청 직속기관 급식실을 대상으로 벌인 전수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사에서 고용노동부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 기준에 만족한 학교는 조사 대상 494곳 중 4곳에 불과했다. 노동부 설치 기준 가이드에 따르면 0.7m/s 이상 속도의 환기시설이 필요하다. 기름이 산화하면서 나오는 발암성 연기 '조리 흄' 등 급식실에서 생기는 오염 물질을 외부로 원활하게 배출하기 위한 지침이다. '조리 흄'은 폐암 발병률을 높이는 물질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발암성 연기인 조리 흄이 폐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며 급식실 종사자들이 고온다습한 환경과 요리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으로 심혈관계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급식실 종사자 1천847명을 대상으로 벌인 건강진단에선 종사자 16명(0.9%)에게서 폐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서 35~64살 여성 인구 10만 명당 폐암 환자 수가 28.8명(0.0288%)인 점을 고려하면 무려 3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급식실 환기시설 보완 등 종사자들의 열악한 작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기 바란다. 전국 시·도 교육청과의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급식실 종사자 산업재해 종합대책을 수립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