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예상했던 고통이 아무 대책 없이 현실이 되면 더욱 괴롭고 분노가 치민다. 경기지역 13개 버스업체들이 지난달 1천100여의 광역버스의 입석 승차를 중단했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부터 시행했던 입석금지였지만 수도권 교통수요에 밀려 사실상 사문화됐던 규제였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여파로 안전사고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기습적으로 규제 실천에 앞장서고 나선 것이다. 광역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들의 승차전쟁은 상식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업체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관계당국은 대책이 없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고통이 현실이 됐다. 한겨울 혹독한 한파 속에서 도민들이 만석이 된 서울행 광역버스를 몇 대나 보내며 추위에 덜덜 떨고 있다. 수원시 우만동4단지 버스정류장에서, 서수지IC 버스정류장에서 수십명의 승객들이 줄을 서서 빈자리가 있는 버스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사는 집과 다니는 직장이 지하철 노선에서 격리된 사람들이 대책 없는 입석금지 횡포로 강추위 속에 방치된 것이다. 누구나 예상했던 고통이 현실이 되면 더욱 괴롭고 분노가 치민다.
경기도와 국토교통부는 전세버스를 투입하는 미봉책으로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출퇴근 시간에 집중되는 승객 수요를 해소하기엔 언발에 오줌누기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통해 경기도와 서울시는 수도권 광역버스 33개 노선의 출퇴근 시간대 운행 횟수를 늘려 최대 4천여석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버스 업체들이 늘어난 운행 횟수에 대응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출퇴근 시간 운행만을 위해 버스 회사들이 차량과 기사를 늘리는 경영 부담을 감당할지 의문이라서다.
광역버스 입석금지 훈령을 실행한 지 10년 가까운 세월이었다.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고 보완하고 완성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물론 유관 광역지자체들은 훈령의 실효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훈령이 무시되는 현실을 눈 감고 방치했다. 그 결과 무능한 탁상행정의 실패로 인한 고통은 교통약자인 도민들에게 전가됐다.
급한대로 광역버스 출발지를 달리하는 배차와 전세버스 투입을 확대해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이와함께 내년 초부터 늘린다는 출퇴근 시간대 운행 차량 증차가 허언에 그치지 않도록 버스업체의 실행 능력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실패한 탁상행정을 입발림 행정으로 가리려하면 민심이 사나워질 것이다.
[사설] 추위에 떨며 광역버스 기다리는 경기도민들
입력 2022-12-20 19:39
수정 2022-12-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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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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