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찾은 수원시의 한 목욕탕. 평일이라 한산한 편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밖은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저마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몸을 잠시나마 녹이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속 감염 우려에도 목욕탕을 찾는 이들은 끊이지 않았다.
목욕탕을 꾸준히 드나들었던 이들 중엔 주거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이 포함돼있다. 겨울철엔 이들에게 목욕탕이 더욱 소중한 공간이 된다. 온수로 충분히 씻기가 어려운 이들에겐 절실한 곳이다.
그러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올해, 목욕탕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수원시는 '목욕비 1만원 시대'가 열렸다. 전기·가스요금과 운영관리비가 오른 영향인데, 새해에도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몸을 씻고, 머리를 깎고, 옷을 세탁하는 데도 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새해가 더욱 추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올해초 대비 11.8% 인상
세탁 7.5%·미용 5% 등 비용 상승
전기·가스료 현실화… 더 오를듯
22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경기도 개인서비스 품목 다수가 요금이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은 목욕탕 가격이다. 1월엔 평균 7천603원이었지만 11월엔 8천500원으로 11.8%(897원)가 올랐다. 지난해 11월(7천346원)보다는 15.7%(1천154원) 상승한 수준이다.
목욕탕 가격이 오른 것은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올 1월 도시가스 도매 가격은 6천671.95원에서 9천491.87원으로 42.3% 올랐다. → 표 참조

이날 수원시내 목욕탕을 다녀보니 대체로 1만원이었다. 장안구의 한 목욕탕은 지난 11월까진 주간 기준 성인 요금이 9천원이었지만 12월부턴 1만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야간 요금 역시 1만원에서 1만1천원으로 인상했다. 권선구의 목욕탕도 가격이 1만원이다. 1천원짜리 한두장이 귀한 서민들에겐 타격일 수밖에 없다.
목욕탕 관계자는 "전기 요금이며 도시가스비가 올라서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개인서비스 요금도 인상됐다. 경기도 세탁소 요금은 올 1월 평균 7천345원이었지만 11월엔 7천897원으로 7.5% 올랐고,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는 이용비도 1만2천793원에서 1만3천276원으로 3.8% 인상됐다. 미용실 요금은 1만6천648원에서 1만7천476원으로 5% 상향됐다. 여관 숙박비도 4만1천원에서 4만2천517원으로 3.7%가 올랐다.
몸을 씻고, 깔끔하게 옷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하는 일은 생활의 질과 직결되지만 서민들에겐 이런 일 하나하나가 점점 더 버겁다.
새해에 전기·가스요금이 현실화되고, 이와 맞물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개인서비스 요금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해 "내년에 상당폭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다음 주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