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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자신의 주거지 외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 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1인당 연간 최대 500만원을 기부할 수 있다.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6.5% 세액 공제된다. 기부받은 자치단체는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특산물 등 답례품을 기부자에게 준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 인구를 많이 빼앗긴 지방의 자치단체일수록 재정 확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향인들의 기부가 이어진다는 전제하에서다.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지역특산물의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자치단체 기부 활동이 지역특산물 생산과 판매, 홍보와 판로 개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와 비슷한 '고향납세제'를 2008년 도입했다. 나가사키현 히라도시는 2014년 일본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고향납세제 수입이 10억엔을 넘었다. 2020년 일본 자치단체들의 고향납세제 수입은 6천725억엔에 달하는 등 지방재정 확충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특산물 생산·판매는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으며, 지진 등 대규모 재난 재해가 발생하면 고향납세제를 통해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1월 시행 앞두고 자치단체간 홍보 경쟁
출향인 참여 지역경제 활성화 보탬되겠지만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앞두고 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삼다수 영상 광고에 '2023년부터 제주 고향사랑 기부로 제주와 고향하세요'라는 문구를 넣어 내보내고 있다. 다른 자치단체들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된 전광판, 유튜브 영상, 전단 등을 활용해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천시는 유튜브 채널에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영상을 올렸다. '인천 애향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읍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어떤 답례품으로 기부를 이끌어낼 것인지는 자치단체들의 고민거리다. 답례품이 기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고향사랑보다는 답례품이 기부의 목적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 수 있겠지만, 수도권과 다른 자치단체 간 격차를 줄이고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큰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필자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이북에서 내려왔다. 실향민이다. 1976년생 필자의 본적은 경기도 평택이고, 태어난 곳은 서울이다. 하지만 내 고향이 이북이나 평택 또는 서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직장을 다니며 가정을 꾸린 인천이라고 답할 것이다. 필자의 두 아들도 인천 미추홀구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이들에게 고향사랑기부제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 인구의 절반 정도는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의 인구 유출을 막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 큰 구실 할지 고민 필요
취지 맞게 인구감소 강화·옹진·동구에 쓰자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가 먼저 들이닥친 나라다. 일본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장관은 저서 '지방소멸'에서 지방이 지속 가능한 인구·국토 구조를 구축하는 '적극적 정책'과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고용 규모 축소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조정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혼·임신·출산·육아 지원, 인구 재배치, 인재 양성, 지방산업 육성 등을 제안했다. 출향인들의 기부금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조정적 정책'에 불과해,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 정책'이 더욱 요구된다.

수도권에 속하는 인천은 다른 지역 출신 인구가 많은 탓에 고향사랑기부제 수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간 약 4억4천만원으로 예상됐는데, 인구 유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치단체에 도움을 주자는 제도 취지에 맞게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선정된 강화군, 옹진군, 동구 지역에 썼으면 한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