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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 창문에 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1)씨 등 5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이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 보증금 266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22.12.23 /연합뉴스

경기·인천 일대가 전세 사기로 대혼란에 빠졌다.

이른바 '빌라왕' 사태와 관련, 임대업자 김모씨가 소유한 수도권 부동산 47건이 경매에 부쳐졌지만 집값 하락세 속 세금 체납 문제마저 걸려있어 경매가 성사된다고 해도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에서 역대급 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금액만 266억원으로 추정된다.

23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빌라왕' 김씨 명의의 수도권 부동산 47건이 경매에 부쳐졌다. 수원·인천 등 소형 다세대주택이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오피스텔은 10건, 주상복합은 8건, 상가는 4건, 아파트는 1건이었다. 채권 청구액은 모두 105억754만원이다.

'빌라왕' 명의 수도권 부동산 47건 경매
전세보증금 돌려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

그러나 임차인들이 경매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집값이 하락한 게 한 요인이다. 경매 가격이 집값 하락세와 맞물려서 자꾸 내려가는 바람에, 전세보증금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낙찰될 가능성이 제기돼서다. 광주시의 한 다세대 주택은 최초 감정가가 2억6천만원이었지만 벌써 두 번이나 유찰됐고, 내년 초에 예정된 세 번째 경매의 최저가는 1억2천740만원이다. 해당 주택의 전세보증금은 1억8천500만원이다.

여기에 김씨가 세금을 체납해, 경매가 성사되면 밀린 세금 납부에 우선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이는 점도 관건이다. 김씨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원을 미납했다. 이 때문에 경매로 넘어간 47건 중 상당수에 세무서 압류가 걸려있다.

현재 피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해당 보험에 가입한 614명(54%)에 대해선 HUG가 먼저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김씨 측에 청구하는 절차를 밟게 되지만, 가입하지 않은 46%는 경매 낙찰 등에 기대야 한다.

이에 지난 22일 국토교통부는 보험 가입자에 대해선 보증금 반환 기간을 앞당기고, 미가입자에 대해선 가구당 최대 1억6천만원을 연 1%의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경매가 진행돼 집을 비워줘야 하는 임차인에 대해선 HUG 강제관리 주택 및 LH의 매입임대주택 공실을 활용해 거주공간을 지원한다.

인천 미추홀구 뒤흔든 전세사기 51명 적발
효력이 없는 이행보증 각서 쓰며 계약 체결

'빌라왕' 사태와 함께, 인천 미추홀구를 뒤흔든 역대급 전세 사기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해당 사건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혀서다. 피해 가구가 많게는 2천여가구로 추정됐던 가운데, 이들이 무사히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건축업자 A(61)씨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또 A씨의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임대업자, 중개보조인 등 공범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올 7월까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보증금 266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가 보유한 주택은 경기도·인천시 일대에 모두 2천700채다. 대부분 그가 지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건축왕'이라는 별칭까지 나오기도 했다.

A씨 등은 회사 자금 사정이 나빠져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데도,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인들과 공모해 위험이 없는 것처럼 속여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맺었다.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인들은 A씨의 자금 사정을 알면서도 금품을 받고 "집주인이 돈과 땅이 많아 걱정 안해도 된다" "전세보증금을 못 받으면 대신 돌려주겠다"며 효력이 없는 이행보증 각서까지 쓰면서 임차인들을 안심시킨 후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또 임대업자들에게 매달 200만원가량을 지급해 그들의 명의를 빌려 전세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 사기가 의심된다는 고소가 집중적으로 접수되자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왔다. 전날인 22일 국토부는 현재 서울 강서구에만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다음 달 인천에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해당 센터에선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 금융, 주거 문제 등 필요한 지원 상담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강기정·김주엽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