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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사회교육부 기자
12월26일. 겨우내 거리를 메운 캐럴 소리와 트리 조명이 사라졌다. 연말 동안 잔뜩 들어온 '성탄절 바람'이 빠지는 날이다. 모두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복귀해 숨 가쁜 하루를 준비한다. 하필 올해는 또 월요일. 하루만에 출근길 아침 코끝의 찬 공기가 시리게 들어온다.

매년 이맘때가 허무한 이유는 설레는 성탄절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올해가 벌써 일주일도 안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유독 허무함이 클 이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다시 운전대를 잡은 화물노동자들도 그중 하나다. 파업 종료 이틀 전 평택항에서 만난 30세 또래 운전기사는 안전운임제가 연장되지 않으면 아예 다른 직종으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내심 협상 결과를 기대하는 기색이 보였던 그였다. 실제로 파업이 끝나고 답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문득 그는 정말 덤덤하게 이직을 준비하는 연말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고도 많았던 한해였다. 유독 안타까운 참사와 희생자가 속출했던 만큼 취재 과정에서 주변인들의 일상을 알게 되는 일이 잦았다. 공장에서 작업하다가, 건설 현장에서 떨어지면서, 심지어 그저 친구와 오랜만에 놀러 나온 자리에서도 세대를 불문한 희생 소식이 잇따랐다. 이들이 남긴 가족, 친구, 동료들은 아직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허한 빈 자리를 두고 작년과 사뭇 다른 시기를 보낼 그들의 연말은 또 어떨까.

개인적인 소회보다 타인의 허무함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 사회 전반의 안타까움이 컸던 한해였다. 미리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허무함을 지나가는 기억으로만 제쳐 두고 싶지 않다. 일주일 남은 올해지만, 일주일 뒤면 다시 새해가 밝는다. 캐럴이 지나간 자리도 곧 희망과 안부를 주고받는 인사말로 가득 찰 것이다. 늦지 않을 때 이들을 다시 찾아 새해 안부를 물어볼까 한다.

/김산 사회교육부 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