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연일 정부와 국회에 날을 세우며 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 민생을 외면한 중앙정부와 국회의 무능에 경고사격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지사는 지난 2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세 가지가 부끄러운 예산 지각 합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장 지각 새해 예산안, 부끄럽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합의이며 예산인가"라며 "부끄러움에 좌절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경기도는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민생과 취약계층을 지키는데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무책임한 모습은 결코 보이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와 법인세 인하, 경찰국 예산 등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들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SNS서 '여야 합의' 조목조목 비판
지역화폐 절반 삭감·법인세 인하 등


김 지사는 "민생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부끄럽다. 지역화폐 예산의 경우 금년 대비 절반이나 깎였다. 오늘 닥친 한파와 같은 매서운 경제의 어려움 속에 있는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그나마 입고 있는 방한복을 벗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 공약을 지키려고 생색내기 감세를 밀어붙인 것이 부끄럽다.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서 법인세 1%p 감세로 투자를 늘린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 철폐,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적 흥정으로 민생예산과 정치예산을 '반반씩 주고받은' 합의가 부끄럽다"며 "도대체 경찰국이나 인사정보관리국 예산이 민생과 무슨 상관이 있나. 민생예산만큼은 정쟁을 떠나 여야가 함께 힘을 합쳐야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적 흥정 주고받아 부끄럽다"
"道, 취약층 지키기 힘 더기울일것"


앞서 지난 22일 김 지사는 화성시에서 진행된 '맞손토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권이 지금 개탄스럽다. 내년도 예산도 통과 못 시키고 있고, 모든 면에서 사사건건 반목과 대립, 무조건적인 정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지난 15일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불통과 일방주의 밀어붙이기는 경제파국, 민생파국의 지름길이다. 소통과 대화, 민생정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국정대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김 지사의 발언에 대해 '진심'이 묻어나오는 걱정과 비판이라고 분석함과 동시에, 의도하지 않더라도 현 여야 권력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김 지사의 장점이 '합리성'이고, 전문이 '경제'다. 현재와 같은 소신 발언 등이 정치권에 자극을 주고, 본인의 정치를 어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지영·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