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사건을 근절할 수 없다는 사법적인 취약성을 보여준 판결입니다." 2조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알려진 '브이글로벌' (2월11일 인터넷 보도=2조원대 투자금 편취 가상화폐거래소 브이글로벌 대표 징역 22년) 피해자 단체가 최근 최상위 가담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한 말이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황인성)는 브이글로벌 최상위 가담자 양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상위 가담자 중 오모씨 등 2명은 징역 3년, 김모씨 등 4명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했다.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재판 내내 양손을 한 데 모은 채 바닥만 응시하는 등 긴장한 듯 보였다.
이른바 조직 내에서 결정권을 지닌 상위 가담자로 '체어맨 7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은 전국의 브이글로벌 센터를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홍보, 자금 집행 등 역할을 맡아 300%의 고수익을 빌미로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 등)를 받는다.
돌려막기 수법… 5만2천여명 속여
법원, 최상위 가담자 징역8년 선고
"피고인 편의 봐줘" 피해자들 울분
가상 자산 거래소인 브이글로벌이 운영 된 건 지난 2020년 7월부터다. 이른바 돌려막기식 수법으로, 하위 투자자들을 모집했고 회원 등급이 올라갈수록 직급 수당 등 수익금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홍보했다.
이런 방식으로 9개월간 끌어들인 투자자만 5만2천여명이었다. 피해 금액은 2조2천억여원으로 가상화폐 관련 범죄 중 피해 규모가 최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상 직계 존속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브이글로벌 투자로 인한 피해자는 5만6천여명에 달한다는 게 피해자 단체 측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을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로 규정했지만 피고인 대부분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기망 의사가 미필적 고의인 점, 운영진보다 범행 가담 정도가 작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
기석도 브이글로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양씨 구형량이 무기징역인데 방어권 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보석을 취소하지 않고 8년형을 선고한 건 재판부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의 편의만 봐준 것"이라며 "경찰에서 상위 가담자 200여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걸 고려하면 피해 규모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